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캡틴’ 김연경(32·엑자시바시)이 터키에서 돌아와 자가 격리에 들어간 근황을 알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팬들을 응원했다. 그는 거리에서 받은 뜻밖의 호의로 사그라지지 않은 온정을 느꼈다고 했다.
김연경은 17일 인스타그램에 경기도 수원 장안구 보건소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해외 입국자는 3일 안에 보건소를 방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매일 진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자가 격리 기간에 필요한 물품을 지급하며 쓰레기도 수거해 간다. 매일 전화로 자가 격리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한다”고 적었다.
김연경의 인스타그램은 55만5000명의 팬들과 연결돼 있다. 그중 터키를 포함한 국외 배구 팬들도 있다. 김연경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법을 국외 팬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이 글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김연경은 지난 15일 오전 7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터키 이스탄불발 특별기편으로 귀국했다. 이 특별기에 터키 거주 한국인 147명이 탑승했다.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연결하는 터키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나타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터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만4000명을 넘어섰다.
김연경은 귀국 전까지 터키에서 체류했다. 터키 프로배구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에 중단된 리그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김연경은 다음달에 소속팀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만료하게 된다. 이에 귀국을 택했다. 이날까지 사흘째 국내에서 체류하며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김연경은 ‘입국 사흘 내 보건소 방문’ 의무에 따라 이날 장안구 보건소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 자영업자, 국민 모두 힘내자. 나도 남은 자가 격리 기간을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연경은 이날 소나기를 맞으며 뜻밖의 호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고 나에게 우산은 없었다. 그때 지나가던 차량 한 대가 멈춰 나에게 (탑승자가) 우산 하나를 건넸다. 쓰고 가라고, 비가 많이 온다고. 오랜만에 밖에 나와 비를 맞고 싶어 정중히 거절했지만 많이 힘든 상황에서 마음만은 정말 따뜻했다”고 적었다. 코로나19에 굴복하지 않은 하나의 장면이 김연경 앞에 나타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