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일본 전역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확진자 검사 결과를 오판하는 등 일본 보건 당국의 허술한 방역 태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 가나가와현 아쓰기시 당국은 17일 시립병원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잘못 읽어 확진자 2명에게 음성이라고 통지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NHK 등에 따르면 아쓰기 시립병원 소속 의사는 지난 15일 코로나19 민간검사 기관에서 20대 남성과 60대 여성의 검체 보고서를 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해당 기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체 보고서의 경우 보고서에 있는 두 가지 항목 모두에 ‘검출되지 않았다’는 표기가 되어 있을 때 음성으로 판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의사는 문제의 보고서에 있는 두 항목 중 하나에 ‘재검 중’이라는 표기가 있었음에도 음성 판정을 내렸다. 보고서를 제대로 보지 않아 생긴 실수였다. 통상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보고서를 검토하게 되어 있으나 의사 홀로 확인 작업을 진행하면서 실수를 걸러내지도 못했다.
병원 측은 16일 최종 검체 보고서를 받고서야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다. 실제로는 코로나19 확진자였던 두 사람에게 병원은 “같은 실수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점검 시스템을 철저히 하겠다”며 사과했다. 교도통신은 “잘못된 결과를 통보받은 두 사람이 외출 등 감염을 확산시킬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일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검사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이치현은 지난 11일 코로나19 확진자라고 발표한 28명 중 24명이 재검사 결과 음성이었다며 이튿날 확진자 집계를 수정했다.
음성인데도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 중 6명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입원한 6명 중 80대 남성 1명이 확진자와 2시간 가까이 같은 병실에서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재검사를 받아야 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사망자를 양성으로 잘못 판정해 장례식 없이 화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국은 확진자의 검체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검체와 섞이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공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도쿄신문은 이날 전국 광역자치단체를 상대로 직접 병상 수를 파악한 결과 정부 발표 내용과 큰 괴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참의원 본회의에서 2만5000개 이상의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1000개 정도였다는 것이다.
수도 도쿄에서조차 확진자용 병상이 부족해 200명 가량의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에 원내 감염 우려까지 겹치면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도 속출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13일 발열 증상으로 도쿄도의 한 병원에 이송된 80대 남성이 7시간 동안 병원 70곳에서 입원을 거부당하는 일이 있었다. 폐렴으로 판명돼 코로나19 확진자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도내 병원은 물론이고 가나가와현과 지바현에 위치한 병원에서도 전부 입원을 거부당했다. 감염자 전용 수용시설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 남성은 이튿날이 돼서야 도쿄도 스미다구에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됐고, 검사 결과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됐다.
도쿄도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에서 구급 이송을 5곳 이상 거절받거나 이송처 결정까지 20분 이상 걸린 사례는 931건이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1일까지 830건의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