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퀴에 2억” 뒷마당 돌며 180억 모금한 99살 할아버지

입력 2020-04-18 03:38
보행 보조기구에 몸을 의지한 채 뒷마당 100바퀴를 돌기로 결심한 톰 무어 씨의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 인터넷 캡처

영국의 99세 참전용사 할아버지의 간절한 호소에 전 세계가 감동했다. 보행 보조기구에 의지한 채 ‘코로나19 챌린지’에 나선 2차대전 참전용사의 의지에 수천만 파운드가 순식간에 모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차대전 참전용사 톰 무어(99) 씨가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뒷마당 100바퀴 걷기 도전을 통해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를 위해 400만 파운드(약 61억원)를 모금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모금액은 더욱 크게 늘어 16일(현지시간)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174만 8492파운드(약 180억원)가 넘는 돈이 모였다. 참여자는 60만명을 넘어섰다.

NHS는 영국 보건·의료 종사자 200만명 가운데 150만명이 소속된 영국 공공 의료 조직이다. 코로나19 최전선에 나가 있는 의료진들이 방역물자 부족과 재정난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자 이 상황을 앉아서 지켜볼 수 없었던 99세의 무어씨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애초에 그는 1000파운드(약 150만원)를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8일 모금 운동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모금액이 7만 파운드(약 1억원)가 넘자 기간을 연장했다. 모금액은 14일 오전 100만 파운드(약 15억원)를 넘었고, 오후 3시30분 200만 파운드(약 30억원), 저녁에는 300만 파운드(약 45억원)를 돌파했다.

2차 대전 참전 용사 톰 무어(99) 대위. 로이터연합뉴스

무어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암 투병과 고관절 치료 당시 나를 보살펴 주던 NHS 의료진을 생각하며 시작한 일”이라며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용감하고 훌륭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NHS를 위해 일하는 것에 감사한다”며 “의료진 모두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멈추지 않고 매일 걸어서 뒷마당 100바퀴를 채울 예정”이라며 “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 걷겠다”고 덧붙였다.

무어씨의 딸 한나씨는 “아버지는 극기심과 자기 절제력, 책임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엘리 오튼 NHS재단 대표는 “톰 무어 대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며, 다른 이들에게 본보기가 된 것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모금된 돈은 코로나19 전선에 나가 있는 의료진들의 휴식처와 코로나19 환자 회복실 구축 등에 쓰일 예정이다.

군 복무 당시 제복을 입은 톰 무어씨. 로이터연합뉴스

톰 무어 대위는 요크셔 키글리 출신으로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인도와 미얀마 전선에 복무했고 후에는 보빙턴에 있는 기계화학교의 교육관으로 일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