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터키에서 정부의 대응방식이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효과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말 48시간 내내 통행금지라는 행정명령을 불과 2시간 전에 통지해 음식 사재기를 유발하고, 어린이와 노인만 자가격리 조치를 해서 코로나19 확산을 전혀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17일 CNN 보도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전체 인구의 인구 75%가 거주하는 지역들에 48시간 동안 통행금지 명령을 시행한다고 지난 11일 통지했다.
해당 조치는 시행 불과 2시간 전에 발표됐다. 무려 6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는 정책을 2시간 전에 알려준 것이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터키 전역에서는 식료품점과 빵집마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몰려들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남편은 몇 초 차이로 통금에 걸려 단속반에 쫓겼고, 아내는 차 안에서 그 광경을 바라봤다’거나 ‘벌금내기 싫은 남자가 터키어를 못하는 척했는데 결국 경찰에 들켰다’는 등의 글들이 폭발했다.
일대 혼란이 초래됐음에도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말 통행금지가 자국민을 보호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자평했다.
CNN은 “터키는 그 외에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코로나와 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평일에는 20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만 자가격리할 것 ▲배달·포장 음식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은 폐쇄할 것 ▲공원을 비롯한 공공장소는 출입금지 ▲건설현장, 공장 등 사업장은 계속 운영할 것 등이다.
터키 정부의 독특한 폐쇄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지만 부적절하다는 쪽이 우세하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의 바이러스 전문가 무함마드 무니르는 “감염자의 80%는 회복된다. 기저질환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며 “이동제한 해봤자 질병의 확산속도를 조금 늦출 뿐”이라고 주장했다.
켄트 대학의 제레미 로스먼 바이러스학 교수는 “확진자가 터키 수준으로 발생한 국가들은 대대적인 자가격리를 시행한다”며 “현재 터키의 사회 상황을 보면 지금 규제로는 위험하다”고 터키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소에 따르면 터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7일 오후3시 기준 7만4193명으로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