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주빈이 다 했다” 금가기 시작한 ‘박사방 범죄유기체’

입력 2020-04-17 16:38
텔레그램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로 알려진 '부따' 강훈이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박사방’ 운영자 중 1명인 강훈(19)씨가 “조주빈(25·구속 기소)이 다 했다. 밑에서는 서로 연락도 못 한다”며 지시 관계에 따른 범행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성범죄 관련 잘못을 인정하고 “죽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자신이 조씨가 주장한 만큼의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다고 했다. 검찰이 박사방을 ‘범죄 유기체’로 규정한 상황에서 공범들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씨는 ‘박사방’에서 참여자들을 모집하고 성착취물 범죄수익을 현금화해 조씨에게 전달하는 등 10개가량의 죄명으로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에 구속 송치됐다. 강씨에게 적용된 10여 혐의는 모두 이미 재판에 넘겨진 조씨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런 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것과 실상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씨 밑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SNS)로 대화를 하긴 했지만, 서로 알지도 못한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자신의 행동은 모두 조씨의 지시를 따른 것이었고, 자신은 조씨와 ‘나란한 관계’의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앞서 조씨는 박사방 공동운영자 3명 가운데 1명으로 강씨를 지목했었다.

법조계에서는 공범들이 서로에게 조금씩 책임을 미루는 것은 수사 진행 중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씨와 강씨는 모두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각자의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돼 있다. 강씨가 조씨의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은 이들의 역할과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와 조씨가 어깨동무를 하는 위치에 있었는지, 상하관계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사방 일당의 범행이 유기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추가 수사에 따라 조씨와 공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강씨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포토라인에 서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