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0주년 앞두고 코로나 확진…伊부부 위해 의료진이 나섰다

입력 2020-04-17 16:31
이탈리아 간호사가 공개한 코로나19 확진 노부부의 결혼 50주년 기념 파티 사진. 로베르타 페레티 페이스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이탈리아의 노부부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결혼 50주년을 기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현지 매체를 인용해 부부와 한 간호사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탈리아 마르케 주 페르모시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로베르타 페레티와 이 병원에 나란히 입원한 70대 노부부의 사연이었다.

부부는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돼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아내 산드라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각각 다른 병실에 입원한 두 사람은 서로를 걱정하며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부부의 사연을 로베르타의 동료 간호사가 알게 됐다. 산드라가 이 간호사에게 남편의 안부를 물어봤고, 대화를 이어가던 중 곧 부부의 결혼 50주년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레 언급됐다. 이 사실은 동료 간호사를 통해 로베르타의 귀에도 들어갔다.

로베르타는 부부를 위해 지난 10일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부부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의 침대를 산드라가 입원 중인 중환자실로 옮긴 것이다. 동료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축하 파티도 열었다.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하고 모인 의료진은 결혼행진곡을 연주하고, 부부에게 기념 케이크를 전달하며 이들의 결혼 50주년을 축하했다.

로베르타 페레티 페이스북

로베르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병실에 떨어져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파티를 계획했다”며 “투병하느라 힘이 빠진 부부는 겨우 손을 붙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산드라는 많이 울었고, 남편은 산드라에게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런 부부의 모습에 의료진도 눈물을 흘렸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이 준비한 기념 케이크. 로베르타 페레티 페이스북

두 손을 꼭 잡은 부부. 로베르타 페레티 페이스북

그러면서 “단 10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부부의 모습을 보며 고된 업무 때문에 누적된 피로를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며 “아름답고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로베르타는 파티에서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가 올린 게시물은 4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아름다운 이야기” “당신들은 위대하다” 등의 댓글을 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노부부의 자녀도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