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호흡기 뗐다”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소식에 주가 폭등

입력 2020-04-17 14:4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는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 로고가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져 있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시카고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 치료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16% 이상 폭등하고 있다.

보건뉴스 전문사이트인 스탯(STAT)은 16일(현지시간) 시카고 의대 연구진이 코로나 19 환자 125명을 대상을 실시한 3단계 임상실험에서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환자들이 고열과 호흡기 증세로부터 빠르게 회복됐고, 환자 대부분은 1주일이 채 안돼서 퇴원했다고 보도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 중 113명은 중증 환자였다.

STAT이 입수한 임상결과 토의 동영상에서, 이번 실험을 이끈 감염병 전문가 캐슬린 멀레인 박사는 “기쁘게도 우리 환자의 대부분이 퇴원했다. 굉장하다. 지금은 환자가 2명 뿐"이라고 말했다.

멀레인 박사는 “약을 (투약하기) 시작하자마자 발열곡선이 분명히 내려갔다”고 말했다. 특히 “고열 환자가 (렘데시비르 투약 후) 상당히 빠르게 (열이) 감소했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환자도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 환자들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의 대다수는 중증이다. 그들 대부분은 6일만에 퇴원했다. 이는 (렘데시비르)치료 기간이 10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일 이후로 퇴원하는 환자는 아주 적은데, 아마 3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동영상 속 발언은 이번 주에 시카고 의대 교수진들의 렘데시비르 임상결과 토론회에서 나왔다고 STAT은 전했다. 멀레인 박사는 동영상이 실제 토론을 찍은 것이라는 점은 밝혔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STAT는 보도했다.

STAT은 이번 결과는 렘데시비르의 효력에 관한 연구의 일부에 불과하다면서도 이번 시카고 의대의 임상 결과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카고 의대 임상에 참여했던 시카고 주민 슬라보미르 미칼라크(57)는 STAT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고열과 가슴·등에 심한 통증을 경험했다며 “누가 내 폐를 때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뒤 미칼라크는 병원에 입원하던 중 렘데비시르 임상 참여에 동의했고, 지난 4일 첫번째로 투약을 받았다. 그는 “(투약 후) 거의 즉각적으로 열이 내렸고, 호전됐다”고 떠올렸다. 다음 날인 5일에 두번째 투약이 이뤄졌는데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이후 두번 더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후 이틀 뒤인 7일에는 퇴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렘데시비르는 기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 캘리포니아주 포스터시티에 있는 미 제약회사 길리어드 본사의 지난 2009년 3월12일 모습. 길리어드는 자사의 의약품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렘데시비르에 대한 주문이 폭증함에 따라 임산부와 어린이 중증 환자들에 대한 렘데시비르의 투약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 뉴시스

한편 길리어드 측은 의견을 아끼면서 “다른 연구들의 데이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렘데시비르 임상실험은 전 세계 152개 의료기관에서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