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이 2020 도쿄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군살 빼기’를 시작했다. 개최 준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과 ‘하면 좋은 것’을 구분해 비용을 집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7일(한국시간) “IOC 조정위원회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도쿄 조직위)가 전날 화상회의를 열고 올림픽 순연 개최를 위한 실무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출신인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발생할 추가 비용을 줄여야 한다. 서비스를 간소화하고 최적화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선수를 위한 서비스는 유지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과 ‘하면 좋은 것’을 구분해야 할 다른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코츠 위원장은 “올림픽 후원사, 방송사,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들을 성대하게 접대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들에게 문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기간 중 개최지로 방문할 각국 정부와 체육단체, 글로벌 기업 유력 인사에 대한 행사·만찬을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IOC 조정위와 도쿄 조직위는 ‘하면 좋은 것’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경기장과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할 조경, 공연에 대한 비용을 보수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
IOC와 일본 정부, 도쿄 조직위, 도쿄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세계 체육계의 요구를 수용해 당초 오는 7월 24일로 예정됐던 올림픽 개막일을 정확히 364일 뒤로 미뤘다. 새로운 개막일은 2021년 7월 23일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4일 밤 전화통화로 연기를 합의했고, IOC 조정위와 도쿄 조직위는 같은 달 30일 새로운 개막일을 확정했다.
올림픽 연기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세기 제1·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취소된 적은 있다. 일본은 올림픽 취소의 극단적인 상황을 면했지만, 연기만으로도 막대한 경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올림픽 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한 대금과 인건비, 한시적으로 구성한 올림픽 조직위원회 활동 자금은 연장되는 기간만큼 늘어난다. 숙소나 대중교통과 관련한 자원봉사자를 새롭게 모집하면서 발생할 추가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일본의 경제 손실을 6408억엔(약 7조2400억원)으로 추산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놓고 은근하게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다만 아베 총리가 형식적으로나마 바흐 위원장에게 제안하는 식으로 올림픽 연기가 합의되면서 추가 비용 부담의 상당액을 일본 정부가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IOC 조정위와 도쿄 조직위의 화상 회의는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두 조직은 각각 IOC와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실무단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