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대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뒤 정작 자신은 리조트로 여행을 떠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이방카는 지난 8일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세 자녀를 데리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 리조트를 방문했다.
이들이 거주지인 워싱턴DC를 떠나온 이유는 유대인인 남편 쿠슈너와 함께 최대 명절인 ‘유월절’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방카는 이날 트위터 계정에 “오늘 밤 우리는 유례없는 유월절을 보낸다. 모임은 더 작고, ‘왜 오늘 밤은 다른가’에 대한 답도 예외적일 수 있지만 오늘 세계 곳곳에서 우리는 자유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새 시작을 축하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방카는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말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려 “집에 머물 수 있다면 제발, 제발 그렇게 하자. 우리 모두가 확산을 늦추는 데 역할을 하자”고 강조했다.
NYT는 “소셜미디어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고 말하던 이방카 자신은 여행을 자제하라는 연방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가족의 집으로 여겨지는 밀폐된 시설에서, 가족끼리 개인적으로” 유월절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이방카 가족이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았고 미 전역은 물론 주 차원에서 여행 금지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여행 자제를 권고했으며, 워싱턴DC는 지난 1일 필수적인 활동이 아닌 한 모든 주민에게 집에 머물도록 ‘자택 대피령’(Stay at home)을 내렸다.
쿠슈너는 리조트를 다녀온 뒤 백악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방카는 계속 리조트에서 자녀들과 머물며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방카는 측근들에게 리조트가 최근 운영을 중단해서 오히려 워싱턴DC에 있는 집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뉴저지는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발 사망자 수가 많은 고위험지역이다.
CNN은 “이방카와 쿠슈너는 코로나19 규정이 자신들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