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자국 정부의 대규모 이벤트 불허 연장 방침으로 2019-2020시즌 완주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8월 내 완주를 계획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생존한 채로 재개를 기다리는 바이에른 뮌헨(16강 2차전 대기)과 라이프치히(8강 진출)의 홈경기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6일(한국시간) 16개 연방주 총리들과 협의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접촉 제한 조치를 5월 3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금지한 경기·공연·축제 등 대규모 이벤트 불허 방침을 8월 31일까지 연장했다. 독일은 지난달 16일부터 공공·종교시설과 생필품 판매소를 제외한 일반 상점의 운영을 금지했고, 같은 달 23일부터 3인 이상의 접촉을 제한해 왔다.
독일 정부는 5월 4일부터 상급반을 시작으로 순차적 휴교령을 풀기로 했다. 면적이 800㎡ 이하의 상점은 오는 20일부터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경기·공연장, 종교시설, 식당·주점의 개방은 9월 이후로 미뤘다. 이에 따라 5월을 목표로 삼은 분데스리가의 재개 시점은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분데스리가는 지난달 12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한 시즌 동안 18개 팀이 34라운드를 소화하는 분데스리가는 현재 24~25라운드까지 진행돼 있다. 9경기가량이 남았다. 현재 선두는 중간 전적 17승 4무 4패(승점 55)를 기록한 뮌헨. 그 뒤로 2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15승 6무 4패·승점 51)와 3위 라이프치히(14승 8무 3패·승점 50)가 승점 50점대에서 뒤쫓고 있다.
뮌헨과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와 함께 중단된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이 일정에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7일 “UEFA가 2019-2020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8월 29일에 개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8월 중 경기 개최를 금지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는 그달 안에 우승자를 가릴 목표를 세우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이미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와 16강전 두 경기를 모두 소화하고 8강으로 진출했다. 뮌헨은 지난 2월 잉글랜드 첼시와 16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3대 0으로 완승한 뒤 2차전 홈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2차전이 시작돼도 독일 정부의 방침상 홈경기 개최는 불가하다. 이 경우 중립지역 개최도 모색할 수 있다.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경기가 독일 안에서 열려도 관중 유치는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분데스리가는 오는 23일 이사회에 대책을 논의한다. 선수단, 심판, 운영을 위한 관계자로 장내 입장 인원을 최소화해 재개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