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2년 연속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경쟁자 인텔에 자리를 내줬다. D램 과잉공급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시장이 요동쳤다. 업계는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장기적 악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자료에 따르면 인텔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2% 성장한 677억5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인텔은 시장점유율 16.2%로 2년 만에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매출이 2018년 737억8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9.2%나 감소한 512억91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시장점유율은 12.5%였다. 3위 SK하이닉스 매출은 222억97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8.5%나 줄었다.
인텔의 매출 성장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가트너는 “메모리 시장 침체가 삼성전자 등 상위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인텔이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D램이 과잉공급되면서 전체 매모리 시장 매출이 32.7%하락했다. 반도체 전체 매출의 26.1%를 차지하는 메모리 시장이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전세계 반도체 매출도 12% 감소한 3191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의 순위하락은 이미 지난 1월에 발표된 가트너의 예비조사에서 예고됐다. 예비조사에서도 순위는 같았으나 인텔의 매출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 보고서에는 인텔 매출이 상승 전환한 것으로 수정됐다.
반도체 업계는 설비투자 등 장기 투자를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990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지난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3% 줄이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한 바 있다.
IC인사이츠는 설비투자 특성상 코로나19가 당장 투자 위축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IC인사이츠는 “대부분의 투자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설 투자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트너도 기존 미·중 무역전쟁보다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