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 착취물의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의 핵심 공범 ‘부따’ 강훈(18)이 10대 피의자 가운데 처음으로 신상이 공개됐다.
강훈은 18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섰다. ‘본인 때문에 피해 본 분들께 한 말씀해 달라’는 말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죄송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혐의 인정하나’ ‘미성년자로서 처음으로 신상공개 대상이 됐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조주빈 지시 받아서 움직인 거 맞나’ ‘조주빈 측에서 시키는 대로 한 거 맞나’ ‘범죄수익금 들고 잠적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죄책감은 느끼나’ 등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강훈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깍지 낀 두 손을 연신 꼭 쥐고 있었고, 온몸에 힘을 준 듯 양어깨가 뻣뻣이 굳어 있었다. 경찰서에서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까지 그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보고 있었는데,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얼굴은 평범하고도 앳된 10대 소년에 불과했다.
강훈의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주변에서 한 번쯤 볼 법한 얼굴이다” “너무도 평범해서 더 소름 끼친다” “이렇게 어린 애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개탄스럽다” “나이에 관계없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미성년자인 10대 피의자 강훈은 역대 최연소 신상공개 대상이 됐다. 경찰은 “범죄 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등 범죄가 중하다며” “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군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군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군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피의자인 강군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01년생인 강군은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오는 5월로 알려진 생일이 지나면 만 19세가 될 예정이어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은 아니다.
‘부따’라는 닉네임을 쓴 강군은 박사방 참여자들을 모집·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강군은 유료 회원들이 입장료 명목으로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이를 현금화해 조주빈에게 전달하는 등 일종의 ‘자금책’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빈 측은 ‘부따’ 등 3명과 박사방을 공동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강군 측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박사방을 공동 운영했다는 등 조주빈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면이 있다고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강군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강군에 대해 보강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