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주범 조주빈을 도와 성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부따’ 강훈(18)이 신상공개 결정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7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된 강훈을 검찰에 송치했다. 어두운색 계열 옷차림을 한 강훈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차로 향하는 과정에서 “죄송하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신상공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등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발걸음을 옮겼다.
미성년자인 10대 피의자 중 신상정보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강훈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강훈은 같은 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 그로인한 피해자들의 극심한 피해, 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정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매우 긴요하다”며 “강훈의 행위는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 범죄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은 ‘부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텔레그램 참여자들을 모집·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유료 회원들이 입장료 명목으로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이를 현금화해 조주빈에게 건네는 등 일종의 자금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 측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박사방을 공동 운영했다는 조주빈의 말은 사실과 다른 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강훈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보강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