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공주가 말했다. “더 이상 자가 격리는 싫어. 자유를 느끼고 싶단 말이야”. 가재가 답했다. “바깥은 지금 엉망진창이야. 생각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아. 넷플릭스만 봐도 시간은 훌쩍 지나가”. 이 대화는 뮤지컬 애니매이션 ‘인어 공주’의 넘버와 어우러졌다. 힘들고 지치는 상황을 예술에 녹이니 신선한 작품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자 이를 패러디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 세계가 일시 정지된 상황을 재치 있게 예술로 승화해 공감을 나누고 위안을 얻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단순히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형식을 넘어서 여러 아이디어가 문화예술에 녹아들면서 ‘코로나 아트’라는 말도 등장했다.
유튜버 샤론 룩센버그는 지난달 23일 미국 월트디즈니가 1991년 제작한 애니매이션 ‘미녀와 야수’ 패러디 영상을 올렸다. 이렇게 시작한다. “저 사람 코로나19 확진자 아니야? 그런데 왜 밖에 있어? 왜 격리하지 않지?” 현 상황에서 익숙한 말이지만, 애니매이션 캐릭터의 입에서 전해지니 색다른 느낌을 불러온다. 특히 주인공 ‘벨’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이웃이 “왜 밖에 나와 있느냐”고 묻자 “코스트코에 화장지 사러 가려고요”라고 답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을 유쾌하게 녹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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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사는 셜리는 지난 2일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 유명한 넘버인 ‘My Favourite Things’을 패러디한 영상물을 올렸다. 가정교사 마리아와 아이들은 침실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왜 집에만 있어야 하냐”며 답답해했다. 마리아는 “코로나19는 아주 심각한 바이러스라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며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자유 시간을 얻었다. 집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고, 왁싱과 펌도 필요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에 예방수칙을 가미한 참신한 피아노 곡도 있다. ‘A’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미국의 음악 교사는 자신의 작곡한 ‘코로나바이러스 연습곡’을 악보와 함께 지난달 15일 올렸다. 진지하게 이 곡을 연주하는 그의 손을 살펴보면 피아노 건반 구석 구석을 훑고 있다. 실제로 악보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피아노 전체를 닦을 수 있다. 청결이 최우선이 된 시대에 걸맞는 색다른 연주곡으로 웃음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온 가족이 모여 잠시 멈춘 사회 속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아낸 곡도 있다. 영국 켄트에 사는 벤과 대니얼 마시 부부와 네 자녀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넘버 ‘One day more’를 이렇게 개사했다. “온라인 수업 하루 더 한 대. 시험도 미뤄졌나봐. 속옷 갈아입을 필요도 없어”. 한 가정이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유쾌하게 담아냈다.
유튜브에는 이런 패러디 곡이 넘쳐나고 있다. 유튜버 ‘에이드리언 그라임스’는 ‘코로나바이러스 랩소디’를 만들었다. 영국 록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패러디물이다. ‘열이 나는 건가? 이건 그냥 알레르기인가? 절대 눈을 만지지 마라. 빨리 손 소독해. 제발 손 좀 씻어’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가수 닐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곡 ‘스위트 캐롤라인’을 직접 패러디하면서 가사에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담았다. 비틀스의 ‘이매진’은 화장지 품귀현상을 풍자한 노래로, 아바의 ‘댄싱퀸’은 ‘검역퀸’으로 재탄생했다.
한국도 동참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의 주역들은 박상철의 ‘무조건’을 개사해 코로나19 퇴치송을 만들었다. ‘내가 필요해도 오늘은 안 돼. 돈을 줘도 안 갈거야. 도움 줘도 안 갈거야. 낮에도 안 돼. 밤에도 안 돼’ 식이다. 이들은 “작게나마 위로가 되고자 준비해봤다”며 “모두가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EBS 캐릭터 ‘펭수’도 ‘펭수송’에 맞춘 패러디물을 올렸다. 펭수는 ‘코로나는 그냥 Go Away!’라고 외치며 비누를 들고 손씻기 요령을 전달한다. 지코의 ‘아무노래’도 합류했다. 댄스 챌린지로 유명해진 안무를 손 씻는 동작으로 패러디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