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매체에서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심지어 일본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하면서, 한국의 적극적인 검사 체계를 칭찬하기도 했다.
일본 주간지 ‘슈칸신쵸’(週刊新潮)의 인터넷판인 ‘데일리신초’는 16일 오전 “세계로부터 칭찬받은 한국의 코로나 대책…‘이 시기, 한국에 있어 좋다’라고 하는 일본인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슈칸신쵸는 혐한 조장 기사를 다수 보도해온 매체다.
데일리신초는 이 기사에서 “지난 7일 드디어 일본에서도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됐다”며 “감염자는 벌써 3월부터 급증했고, 일본의사회는 위기 상황을 표명해왔다. 정부의 대응이 뒤늦은 감이 있다”고 일본의 대응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서방국가들은 한국의 철저한 방역대책을 칭찬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번 달 들어 감염 속도가 서서히 떨어져 15일 총선을 맞은 문 대통령에게 훈풍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던 한국을 두고 ‘의료 붕괴’라고 보도했던 것을 반박하기도 했다. 데일리신초는 ‘한국 의료붕괴설’의 근거가 2월 발생한 대구 신천지증거장막 신도들의 집단 감염 사태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신도 명단을 받아 추적을 실시했고, 당연히 확진자가 급증했다. 병상이 모자라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사망한 일도 있었다”며 “일본에서는 이것이 의료 붕괴인 것처럼 보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이를 교훈으로 삼아 신속한 대응을 보였다”며 “감염자 전원을 입원시키기로 했던 기존 방침을 경증환자의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수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신초는 센터 수용자가 욕실이 마련된 개인실을 배정받는 점, 센터에 의료진이 상주하는 점 등도 언급했다.
데일리신초는 또 “확진자가 정점에 이르자 한국 정부는 ‘자택 내 자가격리’ 조치도 강화했다”면서 ‘발열 체크’ 등 자가격리자에 대한 지자체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나열했다. 지자체가 무료로 제공하는 구호물품에 각종 식료품과 위생용품이 포함됐다고도 했다.
데일리신초는 “이 시기에 일본이 아닌 한국에 체류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일본인마저 있을 정도”라며 “일본이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조금씩 감염자를 늘려갈 무렵, 한국에서는 적극적인 검사로 의료 붕괴를 막았다”고 했다.
데일리신초는 혐한 보도를 자주 하는 대표적인 극우 성향 매체다.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반일을 통해 스스로 목을 조르는 문재인 정권에 한국 미디어도 쓴소리를 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매체에서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우호적인 보도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여론의 불만이 고조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또 다른 극우 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과 후지TV도 한국의 대응을 모범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