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에요.”
선거공약 큐레이션 웹서비스인 ‘공약쥬스’ 개발자 홍지수(30·여)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투표는 하고 싶지만 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는 ‘Z세대 무당층’을 위해 공약쥬스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15~25세를 의미한다.
‘공약쥬스’는 홍씨와 뜻을 같이한 직장인 10명으로 구성된 개발팀 ‘pactum’이 개발한 일종의 웹서비스다.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과일주스를 만들 때 원하는 과일 몇 개를 블렌더에 넣는 것처럼 참여자가 자신이 원하는 공약을 선정하면 이에 어울리는 정당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지난 3일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0여일 만에 20만명 가까운 사람이 ‘공약쥬스’ 웹사이트를 이용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개발팀은 ‘공약쥬스’ 개발 과정에서 올해부터 투표권이 생긴 고3 학생들도 인터뷰했다. 홍씨는 “실제 학생들을 만나보니 선거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당과 정치인에 관한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집으로 배달되는 지루한 공약집 대신 우리가 직접 정당 공약들을 정리해 유권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개발팀이 제작 과정에서 가장 공들였던 부분은 공정성이다. 홍씨는 “정치 콘텐츠이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어떤 정당까지 포함할지, 어떻게 공약 원문을 해치지 않고 재미있게 바꿔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정당이 만든 것 아니냐는 피드백도 많았지만, 진보와 보수 양측에서 비슷한 수준의 반응이 나와 공정성 확보에 실패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공약쥬스’를 개발한 pactum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개발 동기도 우연에 가까웠다. 홍씨 지인이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 지난 1월 ‘선거에 도움을 주는 기획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프로그램 개발자인 홍씨에게 참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홍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pactum은 ‘공약쥬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홍씨는 “‘공약쥬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게 된 젊은이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고, 앞으로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이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도 기획할 예정”이라며 “공약 중심의 선거가 한국에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