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3학년을 제외한 전국 초·중·고교가 2차 온라인 개학한 16일 서울 중구에 사는 고1 김은성(가명·16)양과 중2 김지성(가명·14)군 남매는 혼란 속에서 개학을 맞이했다. ‘통제불능 개학’에 남매의 어머니는 온라인 수업 내내 전전긍긍했다.
오전 8시40분 남매의 수업이 동시에 시작되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폰도 미처 준비 못하고 집도 넓지 않아 소리가 계속 겹쳐 들리자 두 남매는 서로의 수업을 들으며 말장난을 주고받았다. 은성양은 동생의 영어선생님이 “돌아다니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어떻게 안 돌아다니냐”고 답하며 웃었다.
1교시 수업이 20분이나 일찍 끝나 시간이 남은 은성양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고, 공책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미리 안내받지 못한 출력물 과제가 나오자 지성군은 “프린터기가 없는데 어쩌냐”며 “A4용지가 필요하다”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가 “미리 얘기를 해야지”라고 하니 지성군은 “나도 몰랐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접속이 지연되자 남매는 서로 “컴퓨터를 내가 쓰겠다”고 다퉈 둘을 말리는 어머니는 중간에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1차 온라인 개학이 일주일 지났지만 곳곳에 빈틈은 여전했다. 지성군은 e-학습터 오류가 계속되자 스마트폰 화면을 반복해 누르며 “속이 터진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가까스로 수업을 들었지만 진도율이 2.4%로 나와 출석체크가 안됐다. 은성양은 출석체크를 위한 문제 풀이를 마친 뒤 “검사하는 사람이 없어 과제도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하는데, 이러면 돈 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은성양과 지성군의 이날 수업은 각각 오전 9시52분, 10시15분에 모두 끝났다. 지켜보던 아버지 김모(47)씨는 “2시간도 안돼 하루 수업이 다 끝났는데 공부가 되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준비되지 않은 기기 및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이다. 김씨는 “프린터같이 없는 기기는 사줘야 하나 싶은 강박이 생긴다”며 “태블릿PC같은 기기 지원도 해준다고 뉴스에 나오더니 왜 학교에선 아무 말 없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김모씨도 “엄마 개학인지 아이 개학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고1 자녀 수업이 10분 만에 끝났는데 하루 종일 해도 시간이 모자랄 과제를 내줘 돕고 있다”며 “점심 차릴 시간도 없어 시켜먹었다”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