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멈춰서면서 전 세계 절반 가량의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비상사태”라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이번 위기는 잘못된 정책 결정이나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그런 까닭에 우리는 매우 신속하게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리가 구제금융 신청국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라며 자금을 보건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도 써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보건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취약계층과 응급요원들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점검해달라”고 덧붙였다.
IMF 올해 세계 경제가 -3%의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 3.3%의 성장을 예상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IMF 이사회가 이날 회원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새로운 단기 유동성 공급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IMF가 내놓은 반기 ‘재정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거의 8조 달러(약 982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최소 2조 달러의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 지출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3.3%에서 올해 96.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재정적자가 심각한 선진국들의 경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지난해 105.2%에서 올해 122.4%로 훌쩍 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요 선진국들이 미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지속불가능한 부채를 쌓고 있다”며 “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이 경기 침체를 피하고 전 세계 경제 회복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IMF는 “팬데믹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불충분하거나 부당하게 부유층을 편드는 것처럼 보인다면 일부 국가에서는 대규모 시위 등 새로운 사회 불안의 형태로 분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