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지역 지자체들이 판로를 잃은 ‘농산물 꾸러미’를 구입해 학생 가정에 잇따라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 연기와 학교급식 중단으로 위기에 빠진 학생들과 재배 농가들을 돕기 위해서다. 부산시와 울산시‧세종시‧제주도 등도 이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전국 확산과 ‘상생’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도와 도내 14개 시·군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구입해 도내 초·중·고교 학생 가정에 배송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예산은 등교 개학 연기로 미사용된 무상급식비 58억 원(도비 24%, 시‧군비 26%, 도교육청 50%)이 투입된다.
일선 학교에서 18만여명 학생 부모의 수요 조사를 마치면 지역별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오는 27일부터 배송하기로 했다.
전북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50일 가까이 등교 개학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300여개 급식용 재배 농가들이 400여t의 농산물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각 가정에서도 식비 부담이 커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성태 전북도 로컬푸드팀장은 “자치단체가 농가 계약 재배를 통한 안전한 학생 먹거리 확보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고통 분담과 코로나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이를 적극 행정으로 강조하고 있어 동참하는 지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지난 9일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공급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전남도 등은 도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특수)교 학생들에게 전남산 농산물 식자재를 담은 꾸러미를 공급키로 하고 16일 여수지역 가정에 첫 배송을 했다. 17일엔 순천, 18일 목포지역 등 순차적으로 배달할 예정이다.
꾸러미엔 4만원 상당의 곡류와 채소류·과일류 등이 들어갔다. 어린이집·유치원의 경우 급식비에 학부모 부담분이 있어 꾸러미 가격을 1인당 2만4000원으로 제한해 추가 부담을 없앴다.
대상은 26만 1000여명의 학생 가정이다. 전남도는 부모의 동의 절차를 거쳐 학생 주소지를 시‧군에 제공하고, 57개 공급업체는 꾸러미를 제작해 배송한다.
이 사업엔 학교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식자재 지원 예산 570억원 가운데 1차로 104억원이 투입된다. 도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학교 등교 개학이 계속 연기될 경우 추가 공급 지원도 검토할 예정이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급식용 농산물이 모두 8499t 공급됐지만 올해는 실적이 전무하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국가적 재난 시기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코로나19 극복에 희망의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며 “전남이 전국 모델이 돼 국책사업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무안=김용권 김영균 기자 ygkim@kmib.co.kr
판로 잃은 ‘농산물 꾸러미’ 구입해 학생 가정에 배송 … 전국 확산되나
입력 2020-04-16 16:25 수정 2020-04-16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