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좌절시키는 억만장자들의 7200억 요트 격리

입력 2020-04-16 16:24 수정 2020-04-16 16:35
7200억원짜리 호화 요트 라이징선. CNN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조치로 격리생활이 일상화한 가운데 억만장자들의 호화로운 격리생활이 개인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CNN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영화제작사의 경영자 데이비드 게펜이 5억9000만달러(7200억원)짜리 호화요트 라이징선에서 사진을 찍은 뒤 “카리브해 그레나딘 제도에서 격리생활 중”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반응은 비판 일색이었다. 사람들은 “억만장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며 손가락질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그레나딘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모두들 안전한 격리생활하시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그 뒤로 개인 제트기와 비싼 요트를 넘나드는 부자들의 격리생활 이야기가 몇 주일째 구설수에 올랐다고 CNN은 전했다.

억만장자들은 위생상 철저히 준비된 근무자를 채용하고 보급품을 챙겨 몇 달이고 선상생활을 즐길 수 있다.

럭셔리요트그룹(LLC)의 루퍼트 코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요트 위 격리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의 선택받은 분들”이라면서 “준비만 잘 해둔다면 요트는 코로나19가 날뛰는 세계로부터 동떨어진 달콤한 오아시스”라고 설명했다.

코너에 따르면 갑부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고 요트로 근처 섬들을 돌아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항공기로부터 보급을 받으면서 코로나19 위기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최근에도 격리용 요트를 장기간 대여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코로나19 확산속도가 빨라진 지금은 갑부와 승무원들의 건강 이력을 확신할 수 없어서 요트를 빌려드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4주, 7주짜리 요트 대여를 문의를 받았다는 고급 요트 대여업체 버지스의 대표인 조나단 베켓도 “몇몇 고객들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가족들과 머물기를 희망했다”며 “고객들은 아이들에게 홈스쿨링, 직속 요리사와의 요리수업, 요트 기술자들과 엔진룸에서 기술 과외를 진행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호화 요트생활 도중에 몰래 바깥생활을 즐기는 부자들도 있다. 고급 요트 마케팅 회사 CEO인 럼블 로마놀리는 “제아무리 와인 저장고와 농구장 등 호화로운 편의시설을 마음껏 즐기더라도, 바다 한가운데 몇 주 동안 갇혀 있으면 지루하기 마련”이라면서 “부자들도 2~3달의 선상 생활을 버티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은 틈틈이 전용기를 불러 레스토랑에 가거나, 요트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헬기를 불러 나이트클럽을 즐기기도 한다.

호주 경찰이 여행 제한조치를 위반한 호화 요트를 적발하는 모습. CNN 캡쳐

하지만 세계적으로 여행 제한이 강화되면서 요트에 승선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이달 초 런던에서 전용기를 타고 마르세유 공항을 거쳐 요트가 정박해있는 해안도시 칸으로 향하던 부자들이 여행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등지를 항해하려던 일부 갑부들은 자택격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요트 예약이 취소되고, 승무원들은 귀가 조치됐다.

로마놀리는 “이미 여름까지 전세 계약해둔 요트들도 취소될 상황에 놓여서 브로커들은 모두 초조하게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소 오션코가 제작한 호화 요트 브라보 유제니아. 오션코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요트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CNN 캡쳐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속에서도 전 세계의 호화 요트 조선소들은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네덜란드 선박 제조사 오션코의 매니저인 파리 발루미스는 “제조사로서 안전 조치를 강화하면서 여전히 많은 요트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갑부들은 여전히 요트를 사고 팔고, 조선소에 제작을 주문하며 브로커들도 대여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로마놀리는 “격리 규제가 느슨해지자마자 요트업계 사상 최대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