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첫 ‘의회 휴회권’ 경고한 트럼프…행정부 입맛대로 꾸리나

입력 2020-04-16 16:20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향해 ‘의회 휴회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원의 민주당 의원들이 행정부 최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와 인준 절차를 미루고 있다”며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에 근거해 상·하원 휴회를 명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백악관 보좌진을 제외한 모든 장관급 행정부 각료를 임명 시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 대상만도 행정부 15개 부서의 장·차관,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방 대법관과 판사, 군 장성 등 1200여개에 이른다. 현재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공석 중인 자리는 2만7000명이 사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며 “상원이 행정부 내정자에 대한 투표를 하거나 공식적으로 휴회를 해서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도록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그는 “되도록 휴회권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만일 권한을 행사하면 백악관과 의회 간에 법적 분쟁이 벌어질 텐데 누가 이길지 지켜보자"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역사상 전례 없이 대통령의 헌법상 의회 휴회권을 사용한 뒤, 그 기간에 임명권한을 활용해 행정부의 주요 자리를 채우려는 발상이라고 AFP 통신은 진단했다.

의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식적인 휴회 선언을 하지 않고 1분도 걸리지 않는 형식적 회의인 ‘프로 포마’(pro forma) 형태로 개원 상태를 유지해 왔으며, 오는 5월 4일 상·하원의 공식 회기가 열릴 예정이다.

텍사스대 스티븐 블라덱 헌법학 교수는 “대통령은 의회가 휴회 날짜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때만 휴회권을 사용할 수 있다”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립헌법센터 제프리 로젠 소장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해밀턴에 따르면 대통령이 휴회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상·하원이 휴회 날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라며 “이는 의회 해산권을 가진 영국 왕과 달리 대통령 권한에 제한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젠 소장은 “역대 대통령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권한”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