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의 달인’으로 불렸지만 4·15 총선에서 통합당의 몰락은 막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던 김 위원장은 끝내 통합당을 구하지 못했다. 시간적 한계에다 막말, 공천 잡음, 그리고 김 위원장 본인의 참신하지 못한 이미지 등이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세를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 달라 요청한 데 대해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지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물리적 시간의 한계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통합당에 전격 합류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선거일까지 고작 3주일 남은 시점이었다. 공천도 끝난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욱 제한됐었다.
거센 공천 잡음도 김 위원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사천 논란 등에 휩싸여 중도 퇴진했고, 미래한국당의 공천 내홍도 통합당의 이미지를 깎아먹었다. 당초 공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김 위원장이 공천 작업에서 전권을 행사한 후 선거를 치렀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돌발 변수였던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텐트’ 막말도 김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막말 논란이 불거진 직후 김 위원장은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 조치로 사태를 더 키웠다.
많은 유권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식상함을 느꼈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후 민주당으로 갔다가 다시 통합당으로 온 이력이 그가 신선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