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달인’ 김종인도 통합당은 못 살렸다

입력 2020-04-16 16:18 수정 2020-04-16 16:38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의 달인’으로 불렸지만 4·15 총선에서 통합당의 몰락은 막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던 김 위원장은 끝내 통합당을 구하지 못했다. 시간적 한계에다 막말, 공천 잡음, 그리고 김 위원장 본인의 참신하지 못한 이미지 등이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세를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 달라 요청한 데 대해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지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물리적 시간의 한계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통합당에 전격 합류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선거일까지 고작 3주일 남은 시점이었다. 공천도 끝난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욱 제한됐었다.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후보인 황교안(오른쪽)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제21대 총선 하루 전인 1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센 공천 잡음도 김 위원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사천 논란 등에 휩싸여 중도 퇴진했고, 미래한국당의 공천 내홍도 통합당의 이미지를 깎아먹었다. 당초 공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김 위원장이 공천 작업에서 전권을 행사한 후 선거를 치렀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돌발 변수였던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텐트’ 막말도 김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막말 논란이 불거진 직후 김 위원장은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 조치로 사태를 더 키웠다.

많은 유권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식상함을 느꼈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후 민주당으로 갔다가 다시 통합당으로 온 이력이 그가 신선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