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수능’ SAT 재택시험 현실화되나

입력 2020-04-16 16:15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판 수능인 SAT 시험도 차질을 빚고 있다. 휴교 사태가 장기화되면 SAT도 재택 시험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SAT 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오는 6월 6일 예정된 시험을 취소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 때문이다. WP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 지역의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올해 봄에만 100만명 이상의 고등학생들이 SAT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고 추산했다.

칼리지보드는 당초 올해 2학기 개학을 염두에 두고 하반기 시험 횟수를 늘리거나 토요일 시험을 신설하는 등의 대응 방침을 세웠다.

이와 동시에 하반기에도 개학을 못할 경우에 대비해 ‘재택 SAT’를 개발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칼리지보드는 이미 5, 6월에 예정된 AP(Advanced Placement·대학 강의 선수강 제도)시험을 재택에서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시험은 45분간 온라인 오픈북 시험으로 진행된다. 문항은 객관식 없이 전부 논술·서술형으로 구성된다.

제레미 싱어 칼리지보드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층 발전된 원격시험·관리감독 시스템을 활용하면 SAT도 충분히 재택 시험을 치를 수 있다”며 “4년 전만 해도 이런 결정을 못 내렸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칼리지보드의 전례 없는 재택 SAT 방침에 미국 교육계에서는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온라인 시험 특성상 스마트폰 사용 금지, 신분증 확인 등 부정행위 방지 절차를 밟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불공정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은 온라인 기반 재택 시험에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온라인 개학에 맞춰 태블릿PC와 인터넷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미국의 일부 대학은 입시 때 SAT 등 시험 점수를 필수로 제출토록 하는 규정을 없앴다. 캘리포니아대, 스워스모어칼리지 등은 SAT와 ACT 성적에 관계없이 모든 수험생에게 지원 자격을 줄 방침이다.

다만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 최상위권 대학들은 대입 시험 점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칼리지보드 관계자는 대학별로 방침이 다른 데 대해 “각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