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소속 지자체에서 파면 처분을 받은 천모(29)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1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거제시청 공무원 천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에 참석한 천씨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씨는 2017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미성년자자 등 여성 피해자 10여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2월 4일 구속기소 됐다. 구체적으로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을 협박해 영상 등을 찍게 하거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 또는 성매매를 권유한 혐의, 130여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 아동·청소년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영상을 전송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다만 이 혐의와 조주빈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천씨 측은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 일부 진술조서는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의 이유는 피고인 접견 후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에서는 1명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인과, 10명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국선변호인이 이날 법정에 나왔다. 천씨의 변호인은 피해자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천씨 측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공판기일 연기신청을 냈으나 이는 적절치 않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또 “피해회복을 위해 수사기록을 열람·복사해달라는 신청도 냈는데 피해자 신상은 모두 가려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피해자 측 변호사와 하라”며 천씨 측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씨는 이 사건 외에도 조주빈과 함께 박사방의 유료회원을 모집하고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에 가담한 공범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천씨 사건을 최근 기소된 조주빈 일당 사건에 병합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병합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천씨가 조주빈과 공모한 범행에 대해서는 추가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이날 천씨 측이 일부 증거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는 28일 재판을 속행해 구체적 입증계획 등을 세우기로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