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탓에 선택지 좁아진 김연경…다시 중국 가나

입력 2020-04-16 16:01
김연경(오른쪽)이 흥국생명 시절이던 2008년 1월 23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김연경(32·터키 엑자시바시)가 뛸 팀은 어디가 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럽 배구리그가 ‘올 스톱’된 상황 탓에 세계적인 배구 스타 김연경의 선택지가 마땅찮다. 유럽 무대를 떠나 다시 중국 무대를 노크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 배구 소식을 전하는 월드오브발리는 16일 브라질 멜호르 도 볼레이를 인용해 “터키 엑자시바시는 주전 선수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김연경이 베이징의 제의를 받아 중국 무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 5월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체결한 김연경은 국제이적동의서(ITC)의 기한 만료가 다음달 15일까지다. 그럼에도 3월 중순 중단된 터키 리그는 재개될 기미가 없다. 국제배구연맹(FIVB) 등도 별다른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급하게 재개가 결정돼 김연경 등 해외 선수들이 다시 팀으로 복귀한다 해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해 남은 플레이오프,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약 2주 내에 치러내야 한다. 사실상 재개가 불가능해 아예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구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터키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15일 기준 1403명에 달한다. 이탈리아도 14일 기준 2972명이나 확진자 수가 늘어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다. 배구리그가 활성화된 대륙은 유럽과 아시아 정도지만 건강 문제를 고려한다면 김연경이 현 상황에서 다시 유럽에 돌아가긴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는 한국 무대 복귀도 쉽지 않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선수는 6시즌을 뛰어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김연경은 4시즌만을 뛰고 해외로 진출했다. 구단 등과의 분쟁 끝에 FIVB의 2014년 결정으로 해외에선 FA 지위를 획득했지만, 국내는 다르다. 2013년 7월 KOVO는 이사회와 상벌위원회의 결정 등을 통해 김연경이 복귀할 경우 2시즌 동안 친정팀 흥국생명에서 뛰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올 시즌 김연경이 흥국생명에서 뛰긴 힘들다. 지난 1월 대표팀에서 얻은 복근 부상으로 연봉이 깎이기 전까지 김연경 연봉 수준은 세전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V-리그 여자부의 다음 시즌 샐러리캡은 23억원이다. 흥국생명은 국가대표 쌍둥이 듀오 이재영(24)·이다영(24) 자매를 잡기 위해 그 중 10억원을 이미 소비했다. 김연경이 연봉을 대폭 깎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흥국생명 다른 선수들의 계약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V-리그에서 뛰는 건 불가능하다.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 우승과 올림픽 티켓 획득에 기여한 김연경이 1월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코로나19가 얼마나 퍼지고 있는지도 불확실한 일본을 제외한다면 결국 가장 유력한 무대가 중국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일 기준 46명에 그쳤다. 김연경은 2017년 상하이에서 중국 무대를 경험한 적이 있고,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위한 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보통 5월에 시즌이 종료되는 유럽이 아닌 11월~3월 시즌이 진행되는 중국 리그가 적합하다.

김연경 에이전트사 아이엠컨설팅 관계자는 “예전에는 급여나 리그 수준만 고려해 계약하면 됐지만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안전 문제, 1년 밀린 올림픽을 어디서 대비할지 등 따져봐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선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에 15일 귀국 후 자가격리 중인 김연경이 컨디션을 회복한 뒤 행선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빠르고 금액적으로도 유리하게 결정할 수 있는 곳은 중국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계약은 없다”며 “시간을 두고 코로나19가 해소되길 기다린다면 유럽도 행선지로 고려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