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이튿날인 16일 학생 324명을 포함해 476명을 태운 배가 뒤집혔다. 승객이 모두 빠져나오기도 전, 배는 성난 파도 속으로 가라앉았다. 304명이 숨졌고 5명은 끝내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 민간 여객선 세월호에서 발생한 참사였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문화예술계는 세월호 6주기를 맞아 각자의 방식대로 추모식을 마련했다.
세월호 해외 다큐 국내 최초 중계
TBS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해외 다큐멘터리 ‘크로스로드’를 16일 방송한다. 2018년 개봉 이후 국내에서는 첫 중계다. 영국 출신 닐 필립 조지 감독이 매가폰을 잡은 ‘크로스로드’는 2017년 그가 제작한 ‘세월 이후’ 후속작이다. 참사 직후부터 생존자와 유가족, 해외 역사학자 등을 만나 연구한 결과물로 촛불집회로 일궈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도 담겨있다. 내레이션은 세월호 생존자들이 맡았다.
MBC는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 감독판을 방송한다. 올해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더불어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선정됐던 작품이다. 영화는 6년 전 당시 영상과 통화 기록을 토대로 현장을 그려내면서 국가의 부재와 책임을 추궁한다. 민간 잠수사들의 생생한 인터뷰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교하게 엮어 내려가며 부연 설명도 없이, 극적인 음향이나 효과도 최대한 배제한 채 그저 기록만으로도 영화는 우리가 믿었던 국가의 ‘부재의 기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기록과 기억’ 영화제… ‘그날, 바다’ 후속 유령선 개봉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18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인디스페이스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상영회 ‘기록과 기억’을 개최한다. 민간 잠수사들의 시선으로 참사를 전한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메시지를 담은 주현숙 감독의 ‘당신의 사월’을 포함해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을 연속 상영한다.
세월호 참사와 그 후 6년을 그린 영화 ‘유령선’은 15일 개봉했다. 영화 ’그날, 바다'의 후속편이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누가 왜 조작했는지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로 부제는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기 위한 천 개의 거짓말’이다. 배우 박호산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세월호 연극 10편 무대 오른다
‘2020 세월호: 극장들’ 프로젝트는 1년 내내 이어진다. ‘혜화동1번지’ ‘연우소극장’ ‘성북마을극장’ ‘삼일로창고극장’은 세월호 참사를 담은 연극 10편을 연내 분산해 공개한다. 당초 이달 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무대에 올리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연중행사로 변경했다.
극단들은 세월호 유가족,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과 특히 청소년의 시간과 변화에 주목한 연극을 선정했다. 대표 레퍼토리 ‘내 아이에게’와 엄마들이 직접 출연하는 ‘장기자랑’도 무대에 오른다. 신작도 공개된다. ‘기록의 기술’, ‘아지트, 틴스’ 등이다. 소설을 각색한 연극도 준비됐다. ‘시간 밖으로’와 ‘참담한 빛’도 초연된다.
특히 삼일로창고극장은 ‘전송하는 역사_세월호 연극편'을 연중 이어가고 있다. 5가지 질문에 답하는 셀프카메라를 릴레이로 업로드하면서 극장 밖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엄마·아빠가 부른 노래가 책으로
“서쪽 하늘에 있나 어느 별이 되었을까/…/새벽에 일렁이는 저 바다에 사랑하는 내 별이 뜬다. 지지 않을 내 별이 뜬다.” (노래 ‘어느 별이 되었을까’ 중)
‘416 합창단’의 수필집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은 지난 8일 출간됐다. 합창단이 부른 노래 가사와 사연, 합창곡을 담은 CD도 포함됐다. 합창단은 2014년 12월 결성됐다. 매주 월요일에 모여 연습했고 국내외에서 270여 차례 공연했다. 위로가 필요한 어디든 찾아다녔다. 소설가 김애란과 김훈도 짧은 에세이를 실었다. 원고료와 인세는 모두 기부했다.
김애란은 ‘숨 나누기’에서 “여기 자신들의 숨결로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 사이에 사다리를 놓는 분들이 있다…이분들의 합창이 가끔은 노래가 아닌 누군가에게 아주 정성 어린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썼고, 김훈은 ‘울음에서 노래로’를 통해 “야만적 현실 속에서도 슬픔과 그리움, 희망과 사랑을 노래했다”고 적었다.
제주도서 세월호 추모음악회 ‘봄꽃’
레이블 ‘최소우주’는 유튜브 라이브 공연 ‘봄꽃’을 연다. 세월호가 닿지 못한 제주도에 자리한 사우스카니발 스튜디오에서다. 뮤지션 조동희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발표한 추모곡 ‘작은 리본’과 2주기에 낸 ‘너의 가방’을 부른다. 밴드 사우스카니발은 다음 달 29일 발매될 EP(미니음반) 수록곡을 공연한다. 최소우주는 고(故) 조동진이 이끈 1990년대 음악공동체 하나음악과 2000년대 푸른곰팡이로 이어진 작가주의 음악 집단을 계승하는 레이블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