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또 헛발질…아베 “3차 대전, 핵실험 아닌 코로나였다”

입력 2020-04-16 15:35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회의를 마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그는 천마스크도 착용했다. 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을 ‘제3차 세계대전’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필사적인 극복 의지를 밝힌 발언이지만 ‘뒷북 대응’ 속에 비판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제3차 세계대전’으로 규정한 채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관저에서 원로 언론인 다하라 소이치로씨에게 이같이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3차 대전은 아마도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바이러스 확산이야말로 제3차 대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다하라씨는 아베 총리가 ‘평시의 발상’에서 ‘전시의 발상’으로 전환해 긴급사태를 선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특별조치법에 따른 긴급사태 선포가 늦어진 이유가 뭐냐는 다하라씨의 질문에 “대부분의 각료가 반대했다”고도 했다. 강제력이 없는 외출 자제 요청에 대해서는 “이런 시기에 벌칙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전후 일본 체제다. 그것을 한다면(벌칙규정을 둔다면) 강압정치가 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하라씨는 코로나19 대응에 고심하는 아베 총리의 지도자상을 부각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은 되레 역풍이 불고 있다. SNS상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3차 대전에 비유한다면 아베는 많은 생명이 없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는 반응부터 “미덥지 않다. 신념이 있었다면 각료 목을 베어서라도 매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의 시민·평화운동가인 켄 타카다도 “전쟁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논평을 그만두라. 일본의 헌법은 전쟁에 반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가운데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연이어 뒷북만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뒷북 사례로 선내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사태와 4월로 예정됐다가 연기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문제로 중국에 대한 입국 거부 조치가 지연된 것을 들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긴급사태 선언과 다음 달 이후 시행 예정인 긴급경제대책도 사례로 언급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