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 광주 적고 전남 많아 대조적…코로나19 이후 월세 낮춘 건물주 늘어

입력 2020-04-16 15:23

#‘광주의 강남’ 봉선동에 60억원 상당의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A씨는 최근 월세를 받는 점포 임대료와 관리비를 고심 끝에 30% 깎아줬다. 하지만 종전 임대료를 고수 중인 인근 건물주들의 사정을 감안해 당분간 인하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임차인들에게 일일이 부탁했다.

#목포 진프라자 건물에 13채의 점포를 소유한 오모씨는 최근 전달보다 20~30% 낮은 임대료를 받았다. 오씨는 코로나19로 자신도 힘들지만 그동안 몇 년씩 얼굴을 마주한 임차인들의 매출부진과 그에 따른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어 임대료 인하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무안읍 상인회 회원들도 지난달부터 무안읍내 17개 점포의 임대료를 낮춰 받고 있다.

광주지역 건물주들의 ‘착한 임대인’ 참여가 저조한 데 비해 전남지역 참여율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를 낮춘 전국 참여점포 3만여 곳 가운데 광주·전남은 14%를 웃도는 4250여 곳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513개 전통시장과 개별상가 등에서 3425명의 건물주(임대인)들이 3만44개 점포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임대계약 갱신 때 동결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덜어준 것이다. 지난 2월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 운동은 코로나19 극복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마중물이 된다는 평가다.
지역별 착한 임대자 현황은 부산이 7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547명, 경남 461명, 경기 209명, 충북 201명, 전남 190명 등의 순이다. 점포 수로는 서울이 1만455곳, 부산 3171곳, 제주 2427곳, 전북 1525곳 등으로 파악됐다. 인하율은 20~30%가 가장 많았고 임대료 인하기간은 주로 2~3개월이다.
2월 20일 첫 집계 당시 참여 임대인이 137명, 대상점포가 1790개에서 2달여 만에 임대인은 25배, 참여점포는 17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광주지역 임대인 참여는 매우 저조해 참여 점포가 전국 17개 시·도 중 15번째인 358곳에 불과했다. 착한 임대인 수는 107명으로 12번째에 머물렀다. 광주지역 착한 임대 참여 기관·기업은 광주은행과 광주테크노파크, 광주디자인센터, 광주고용진흥원, 유탑그룹 등이다.
반면 전남지역은 290명의 임대인이 3893곳의 점포 임대료를 인하·동결해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점포가 많았다. 광주·전남지역은 결과적으로 397명의 임대인이 4251개 점포에서 착한 임대를 실천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착한 임대 운동은 서울 남대문시장과 부산 자갈치시장 등 전국 주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기부는 임대시세 등을 감안해 임대료 인하 공개를 꺼리는 건물주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실제
착한 임대인은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참한 임대 운동에 동참해 임대료를 깎아준 점포가 전체의 20%가 넘는 전통시장·상점가에 스프링쿨러 설치, 노후전선 교체 등 화재안전 시설비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착한 임대 운동에 동참해준 건물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여세를 몰아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착한 임대 운동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