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비극을 가져다주고 있다.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동물원에서 동물을 안락사시키거나 다른 동물의 먹잇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 중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코로나19로 시의 후원금이 끊겨 운영이 어려워지자 최근 비상 경영계획을 내놨다. 비상계획엔 동물원에 있는 100여종의 동물을 순서를 정해 안락사 시키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700마리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될 동물은 북극곰이다. 이름은 ‘비투스’, 키는 3.6m로 독일에 있는 북극곰 중 가장 크다.
동물을 죽여 다른 동물에게 먹이로 주는 내용도 계획안에 포함됐다. 동물원장 베레나 카스파리는 “지난달 독일에서 시행된 전국적 폐쇄 조처로 방문객이 급감했다”면서 “동물들의 먹이를 살 돈이 부족해지거나 각종 제한 조처로 공급자들로부터 먹이를 받지 못한다면 일부 동물을 도살해 다른 동물에게 먹이겠다”고 말했다. 노이뮌스터 동물원의 연간 방문객은 연간 15만명 수준이고, 동물원은 방문객의 입장료로 대부분 운영돼왔다.
노이뮌스터 동물원의 비상계획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아 슈미츠 독일동물복지협회 대변인은 “동물원은 지금같은 위기에도 동물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런 끔찍한 시나리오를 구상할 게 아니라 자체 비상기금이나 정부 지원, 다른 공공 지원금을 활용해 어떻게 해서든 동물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내 56개 동물원을 포함해 독일,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지에 회원들을 둔 이익단체인 동물원협회(VdZ)는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비상 지원금 1억 유로(약 1333억원)를 요청했다. VdZ는 “동물원에 수용된 동물 상당수가 멸종 위기종”이라며 “이들을 잃으면 생물다양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호소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