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범죄 피해자에게 치근덕대며 사적 만남을 요구한 경찰관에 대한 정직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 한 파출소 소속인 A씨는 2018년 6월 불법촬영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문제는 피해자 B씨를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인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그는 B씨에게 “연락하고 지내면 안 되느냐”며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B씨가 “남자친구가 있다”며 거부하자 A씨는 서류에 적힌 연락처를 확인한 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좋은 인연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A씨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는 인사소청심사위를 거쳐 정직 1개월로 감경됐지만, A씨는 여기에도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은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A씨는 이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에게 먼저 부적절하게 사적 만남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B씨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위행위의 정도와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직기강의 확립과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등 공익이 A씨의 불이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