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요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중국 국영 언론의 기사 게재를 사실상 중단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언론이 해외에 송고하는 기사 등에 간섭해서 보도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 등 미국 주요 언론들도 중국 언론의 콘텐츠 연재를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중국 관영 매체인 차이나데일리의 자금 지원을 받아 10년 넘게 차이나워치 코너를 운영했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텔레그래프는 차이나데일리의 기사를 실어주는 대가로 연간 75만 파운드(11억 원) 가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중국 공산당의 공식 매체인 인민일보의 콘텐츠가 텔레그래프 웹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삭제된 기사로는 “코로나에 맞선 중국의 영웅적 노력을 비인간적이라고 비난 말라”, “중국 전통의학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 있다”, “코로나 발생은 중국 탓할 일이 아니다” 등이 있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언론계 전체가 부수 판매 감소 및 광고수익 감소 등에 시달리는 와중에 텔레그래프의 중국발 유료연재 중단은 이례적이다. 막대한 수익원인 중국매체 코너를 중단한 이유를 물었지만 텔레그래프 측은 침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 정부가 서구권을 향한 여론 전략을 바꾼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자국이 운영하는 CGTN 국제뉴스 채널에 투자를 늘리고, 영미권 외교관들에게 트위터로 여론전을 펼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영국 일부 매체들은 ‘중국이 영국의 안보를 위협하려 한다’는 기획기사를 연재하는 등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노골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텔레그래프도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실었다. 이 매체의 중국 특파원인 소피아 옌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우한지역의 공식 사망자수를 두고 “실제 사망자 수는 중국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텔레그래프는 최근 중국 관영매체가 페이스북 광고를 잔뜩 사들여 국가홍보에 나섰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다른 주요 영미권 매체들도 중국매체 연재를 대폭 줄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몇 주 넘게 해당코너 운영을 중단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올해 초 “차이나데일리가 포함된 중국 국영 미디어의 브랜디드콘텐츠 를 그만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때 차이나워치를 운영했으나 지난해부터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3개 언론사들은 최근 중국에 파견한 특파원이 추방당한 바 있다.
가디언은 호주, 프랑스, 독일 등의 언론사들도 영미권 언론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관영매체 홍보물을 거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