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멘토’격인 조윤제 전 주미대사와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금융통화위원으로 내정됐다.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금통위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오는 20일 임기가 끝나는 금통위원 4명의 후임으로 조 전 대사와 주 교수, 고승범 금통위원,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이 추천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은 총재, 대한상의 회장 명의의 추천을 받았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조윤제 전 대사는 ‘총재급 금통위원’으로 강한 입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싱크탱크를 맡았고, 현 정부 들어 초대 주미대사를 지냈다. 2018년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전에는 신임 총재로 거론되기도 했다.
주상영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의장으로 문 대통령의 경제 조언자 역할을 맡고 있다. 주 교수는 조 교수와 함께 금통위와 문재인정부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성이 중요한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고승범 위원은 임기 만료를 앞둔 금통위원 중 한 명으로 임명 시 한은 사상 첫 연임 사례로 기록된다.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 서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지낸 그는 2016년 4월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임명됐다. 이번에는 추천자가 한은 총재로 바뀌었다.
한은이 내세운 연임 이유는 ‘통화정책의 연속성 확보’다. 한은은 “그간 금통위원 과반수가 한꺼번에 교체되면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특히 금통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연속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영경 원장이 임명되면 역시 한은 사상 처음으로 여성 위원이 2명인 금통위가 된다. 현재 금통위원 7명 중 여성은 임지원 위원뿐이다. 서 원장은 1988년 한은에 입행해 조사국 과장,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실장, 국제국 국제연구팀장, 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3년간 부총재보를 지낸 한은 출신이다.
한은은 서 후보에 대해 “한은과 대한상의에서 금융과 산업 전반에 두루 경험을 쌓아온 거시경제전문가”라며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은 금통위가 보다 넓은 시각으로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한은과 청와대, 추천기관이 사전 협의를 거쳐 후보를 결정하는 만큼 ‘추천’은 ‘내정’이나 다름없다. 조윤제 서영경 내정자는 오는 21일부터 2024년 4월 20일까지 4년간, 고승범 주상영 내정자는 2023년 4월 20일까지 3년간 금통위원을 맡는다.
한국은행법이 보장하는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다. 다만 2018년 3월 개정한 한은법은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겹쳐 무더기 교체가 반복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 후 첫 임명 사례에 한해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 추천 위원의 임기를 3년으로 줄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