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라도 나오니 스트레스 풀린다” 투표 ‘막차’ 탄 자가격리자

입력 2020-04-15 21: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15일 서울 서초구 고도일병원 제2별관에 마련된 반포1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권현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도 15일 오후 6시 선거에 참여하면서 투표가 완료됐다. 이날 투표를 위해 정부는 이날 오후 5시20분부터 자가격리를 일시 해제했고 자가격리자들은 도보 또는 자가용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았다.

필리핀에서 지난 10일 입국해 자가격리중인 30대 유권자 A씨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투표소를 방문했다. A씨는 “그동안 집에서 할 게 없어 너무 갑갑했는데 잠깐이라도 밖에 나오니까 속이 시원하고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A씨는 여권·신분증·검역확인증을 챙긴 뒤 격리해제 시간인 오후 5시20분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에 증상 여부와 함께 투표장 출발 사실을 알렸다. 20분가량 이동한 후 도착한 투표소에서 또 한 번 도착 사실을 알린 뒤에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일반 유권자 투표가 끝난 오후 6시에 맞춰 방역복으로 무장한 투표소 관계자가 나왔고 안내에 따라 A씨는 임시기표소로 이동했다. 여권, 검역확인증, 신분증을 검사받은 뒤 체온을 체크하고, 손소독제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는 절차를 거쳐 5분도 안돼 투표를 마쳤다. A씨는 투표를 마치자마자 “7시 전에 들어가 봐야 한다”며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다만 당초 예상과 달리 자가격리중인 유권자에 대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면밀한 관리는 없었다. 30대 유권자 A씨는 차량에서 나와 별도 대기장소가 아닌 투표소 입구에서 대기했다. 오후 6시에야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이 나와 체온을 검사하고 비닐장갑을 끼게 한 뒤 투표하게 했다.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 마련된 자가격리 투표소 상황도 비슷했다.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소에 도착할 때 따로 통제하는 사람은 없었고 유권자들은 자유롭게 출입했다.

자가격리자 투표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A씨는 “뉴스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너무 사고를 치고 다닌다고 해서 시선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확실하게 계속 자가격리중이고 100% 음성이라고 하니까 자신 있게 나왔다”고 말했다. 대전 버드내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전모(31)씨도 “한국 도착후 외출은 처음이어서 줄을 서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 시선을 느꼈는데 크게 염려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가격리자들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투표장을 방문했다. 전씨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국민으로서 당연히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해외에 있으면서 계속 투표를 못했으니까, 돌아온 김에 행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방문했다”며 “어렵게 와서 투표한 만큼 당선된 사람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보현 정우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