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20대 총선에서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던 ‘제2의 국민의당’은 없었다.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이 선전하면서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벽을 허물겠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완전히 실종됐다. 정의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민생당 의석은 다 합해야 10석 안팎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는 거대 양당 체제로 회귀가 불가피해졌다.
15일 발표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6~20석,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6~21석 확보가 예상된다. 정의당은 4~7석, 국민의당 2~5석, 민생당 0~3석, 열린민주당 0~3석이 관측된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 26명 중 21대 국회 진입이 확실시되는 것은 1, 2번인 최연숙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이태규 전 의원 정도다. 당 소속 현역 의원만 20명에 달하는 민생당은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민생당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공천 순번 2번’에 이름을 올렸다가 내리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아예 비례대표 1석도 못 받을 확률이 높다. ‘진짜 친문(친문재인)’을 자처했던 열린민주당도 1석 이상을 얻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정당이 논의에 불을 지피면서 이번 총선에 가까스로 도입됐다.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정당일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보전받기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4+1 협의체’가 패스트트랙에 안건을 올렸고, 필리버스터를 거쳐 지난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군소정당은 자신들이 주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혜택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기존 의석도 보전받지 못하게 됐다. 거대 양당이 모두 위성정당을 출범해 ‘군소정당 몫’으로 여겨졌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까지 넘볼 수 있게 되면서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냉정했다. 정당 투표가 일부 군소정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출구조사 결과는 거대 양당으로 쏠렸다.
존재감 없는 군소정당에 유권자들은 외면했다. 정의당과 민생당은 다당제 강화라는 대의보다 스스로의 의석수를 늘리는 데만 몰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게다가 민생당은 바른미래당에서 쪼개지고 합쳐지면서 ‘호남만 바라본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내면서 ‘결국 보수야당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았다.
4년 전 20대 국회 당시 비례대표 의석을 보면 새누리당 17석, 민주당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 4석으로 다당제의 기틀이 잡히는 듯했다.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도 이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양당 체제가 더 강화됐다. 거대 양당이 비례정당 의석까지 합칠 경우 민주당과 시민당이 153~178석, 통합당과 한국당이 107~133석을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300석 중 최소 260석을 거대 양당이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