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완치 후 재양성 판정을 받는 20대의 사례가 많아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20대에 가장 많은 만큼 재양성 비율도 높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대의 높은 면역력을 감안하면 다른 변수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항체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았거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 등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연령별 코로나19 재양성 사례는 20대 22.6%(28명), 50대 18.5%(23명), 30대 15.3%(19명), 60대 12.1%(15명), 40대 13명(10.5%), 80대 이상 10.5%(13명) 순으로 나타났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확진자 연령분포 자체도 20대가 27.32%로 높다”며 “조사를 진행중이지만, 당장은 전체 확진자 비율과 (재양성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대의 높은 면역력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20대는 확진자 수에 비해 중증 이상 환자 비율이 현저히 낮은 데다, 국내에서는 사망자도 없다. 일반적이라면 재양성 비율 역시 낮아야 합리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혈액 내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 특성상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나이에 관계없이 바이러스를 방어할 항체 자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통상 항체는 감염 후 2~3주 내에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효과가 좋다는 홍역 백신을 맞아도 5%는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 B형 간염에 걸렸다 항체가 생기지 않아서 평생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며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 외에도 항체 자체가 빠르게 소실되는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에서도 국내에서 최장기간(15일 기준 58일째) 입원 중인 31번째 확진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완치나 사망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성질환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코로나19가 만성감염병으로 판명나면, 항체가 생기지 않는 젊은 층도 결코 안심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50일 이상 입원한 환자는 전체의 4.9%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회피하거나 속이는 특성을 지녔을 가능성도 있다. 굳이 항체가 아니더라도 몸 속에는 면역력을 결정하는 다른 방어막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이를 회피하거나 속이면 코로나19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기존 항체로는 막을 수 없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에는 변이 자체가 많다”며 “진화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변이가 의미 있는 유전자 부위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 변이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 모두 지역사회 노출로 인한 재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완치 후 재양성 판정을 받기까지 기간도 매우 짧은 데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재양성 사례는 해외에서도 보고된다. 미국의 경우 연구 결과 확진자의 5~25% 정도가 재양성으로 나타났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