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심각도를 전화로 간단히 파악해 점수화하는 시스템의 도입과 생활치료센터가 대구에서의 심각한 병상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를 비롯한 계명대병원, 영남대병원 의료진과 대구시의사회는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을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JKMS) 1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15일 논문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31번 환자)가 나온 이후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월 29일에는 하루 신규환자만 741명이 나왔다.
쏟아지는 환자로 인해 병상이 부족해지자 수천명이 입원을 위해 집에서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명은 2월 27일과 28일, 3월 1일 각각 자택 대기 중 사망했다.
당시 입원 우선 순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병상 부족이 점차 심각해지고 자택 대기 중 사망으로 인한 치명률을 줄이기 위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구 의료계는 전화로 환자를 간단히 인터뷰해 병의 심각도를 스코어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대구시의사회 소속 자원봉사 의사 150여명이 집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증상을 평가하는데 무보수로 참여했다. 이 시스템은 2월 29일부터 도입됐다.
이 평가 시스템은 병의 심각성(37도 이상 열, 감기 증상 등 유무), 나이, 다양한 증상, 사회적 요소 등을 지표로 각각 세부 내용별로 점수를 부여해 입원 단계별 우선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10점 이상을 받은 확진자는 음압병상을 갖춘 병원의 집중치료실(ICU), 8~9점은 음압병상 갖춘 일반병동, 6~7점은 일반병동(A그룹), 4~5점은 일반병동(B그룹)에 입원하도록 분류했다. 3점 이하로 분류된 경증 확진자는 정부와 대구시가 3월 2일부터 마련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3월 3일부터 26일까지 총 3033명의 경증 확진자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으며 그중 81명(2.67%)만이 입소기간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입원까지는 평균 6.7일이 걸렸다. 입원 이유는 증상 악화(60.5%), 우울해짐(16%) 등 순이었다.
연구진은 “전화를 통한 심각도 평가 시스템이 자택 대기 환자 감소에 영향을 줬으며 시행 후 대기 중 사망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런 시스템이 감염병 유행시 병상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헌상의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도 “대구에서 이런 접근법이 심각한 병상 부족 사태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고 논문은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이 충분한 환자 평가에 한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병상 부족을 해결할 첫 번째 고려 사항이며 다른 대안은 없다”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