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자금 지원 중단… 미국 의료계 “당장 재고하라”

입력 2020-04-15 10:01 수정 2020-04-15 12:08
트럼프 “조사 진행되는 동안 자금 지원 중단”
“WHO, 전문가도 중국에 안 보내”
“WHO가 잘했다면 사망자 적었을 것”
코로나19 대응 차질… ‘책임 전가’ 주장도
미국 의료협회장 “당장 재고하라”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검지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잘못 관리했으며 확산을 은폐했다”면서 “이를 조사하는 동안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보건문제를 총괄하는 WHO에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려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책임론을 WHO로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 의료계에서는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을 재고하라는 목소리가 곧바로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WHO가 의료 전문가들을 중국에 보내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중국에 투명성 부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면 근원지에서 코로나19가 억제돼 매우 적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만약 그랬다면 수 천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계적인 경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WHO는 기본적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으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가 중국의 허위정보를 촉진시켰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취했던 중국에 대한 미국 입국금지 조치를 거론하면서 “WHO는 중국 입국금지를 반대하는 위험하고도 대가가 큰 결정을 내렸다”면서 “(미국의) 조치에 대한 WHO의 공격은 생명을 구하는 문제보다 정치적 올바름을 더 우위에 둔 처사였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할당된 자금은 다른 국제 보건기구에 재분배될 것”이라면서도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해 WHO에 계속 관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WHO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라며 “미국은 2019년 WHO에 4억 달러(4800억원) 이상을 지원했는데, 이는 WHO 예산의 약 15% 규모”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의 약 10분의 1인 4000만 달러(480억원)을 WHO에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의료협회장인 패트리스 해리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코로나19를 더욱 쉽게 이기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위험한 조치”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재고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WHO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은 그가 지난 7일 “WHO가 매우 중국 중심적”이라며 자금 지원 중단을 처음으로 위협한 이후 8일 만에 이뤄졌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그 다음날인 8일 “당신(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시체 포대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코로나바이러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삼가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WHO 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됐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