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3개 선거구 1만4330개 투표소에서 15일 오전 6시부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되면서 투표소를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전국 투표율은 8.0%로 4년 전 20대 총선 당일 투표율(7.1%)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통로가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찾은 강북구 미아동주민센터에서는 선거사무원들이 1층 현관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했고, 발열상태 확인과 함께 비닐작용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복도에는 1m 간격으로 청테이프를 붙여놓아 유권자 간 최소한의 거리가 유지되도록 했다.
서울 관악구 중앙동주민센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유권자들이 순간적으로 몰리면 선거사무원들이 나타나 청테이프로 구분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곳엔 최근 ‘3040 세대비하 발언’으로 제명된 김대호 전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투표하면 무효표로 처리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총선 당일엔 사전투표 때와 달리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는데, 자신의 투표소를 확인하지 않고 온 유권자들도 종종 있었다.
이날 오전 국민일보가 찾은 투표소에는 고령층 유권자들이 청년층에 비해 많았다. 관악구의 투표소에서 만난 60대 여성 유권자 김모씨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으려니 미끄럽고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도장이 반만 찍혔다”며 “다시 찍자니 무효표가 될까 두려워 그냥 제출했다”고 말했다.
고령층 유권자들은 역대 가장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도 놀라움을 표했다. 김씨는 “비례대표 용지가 엄청 긴데, 이걸 장갑 끼고 접으려니 어떻게 접어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투표하는데 이렇게 힘든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주민센터에서 만난 안병팔(76)씨도 “선거용지가 너무 길어서 깜짝 놀랐다”며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아무데나 찍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명도 너무 길고 복잡해서 다 읽지도 못했다”며 “이게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강보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