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로그인] 코로나 19와 관련된 중국의 통계를 믿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4-14 22:57

코로나 19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의 하나가 중국의 통계의 신뢰성에 관한 것이다. 통계의 신뢰성은 한편으로는 통계자료의 수집과 작성 과정과 관련된 문제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통계 작성자의 의도와 관련된 문제이다. 물론 전자의 문제에도 의도가 개입될 수 있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반면, 후자는 의도적 왜곡과 관련된 문제이다. 게다가 미중 대립 구조에서 이념적 선입견까지 개입되면서 중국이 코로나 19와 관련된 확진자와 사망자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중국정부가 코로나 19 확진자 통계 기준을 변경시킨 것이나 우한(武漢)시 화장장에서 중국 정부가 발표한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유골이 반출되었다는 보도 등이 그러한 인식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두 사례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 19에 대한 통계 왜곡을 확증하는 증거는 아니다. 통계 기준의 변경 문제는 말 그대로 미증유의 상황에서 병증에 대한 이해의 한계로 인하여 기준 변경이 불가피할 가능성과 관련된다. 그리고 사망자는 상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망자 전수가 코로나 19로 인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중국의 통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14억의 인구 대국이라는 규모와 복잡한 행정체계로 인하여 통계 왜곡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통계 왜곡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은 대약진운동 시기이며, 개혁개방이후에도 심지어는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에서도 심각한 통계의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 대약진운동 시기에는 목표 자체가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각 행정 층위마다 지표를 점진적으로 높여서 하달하고, 성과를 체증적으로 과장하여 보고함으로써 이중적 통계 왜곡을 초래했다. 그 결과가 최소한 1000만 명에서 4000천만 명에 이르는 비정상적 사망이었다.

개혁이후 인구센서스에서도 제도적 요인 등에 의하여 통계의 왜곡이 발생했다. 그것은 실례를 보면 잘 드러난다. 1990년 인구센서스의 8세가 1982년 인구센서스의 0세보다 123만 명이 많았던 것이나, 2000년 인구센서스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별, 거주지, 직업 등 인구 속성이 없는 인구 2227만 명을 추가하여 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1982년과 1990년의 차이는 인구통제정책으로 인한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과잉 출산한 아이들을 숨겼다가 학령인구에 도달한 이후에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드러난 것이다. 2000년의 경우는 훨씬 극적인데, 11월 1일 기준으로 실시된 인구센서스의 경우 조사 후 초보적으로 취합한 수치가 예측수치와 차이가 너무 커 1개월 반 동안 재조사를 하여 4000만 명을 더 찾아내었지만, 그것도 1999년 공보보다 1430만 명이 적은 수치였다. 그러한 수치를 보정하기 위해 1.81%의 누락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2227만 명을 추가하여 예측 수치와 맞도록 했던 것이다. 인구센서스에서 그러한 통계 왜곡이 발생한 것은 산아제한 정책 외에도,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호구제도 그리고 개혁이후 유동인구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조사에서 누락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대약진운동시기의 통계 왜곡은 의도적인 과장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개혁 이후 인구센서스에서의 통계 왜곡은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제도와 체계의 한계로 인한 것이었다. 코로나 19와 관련된 통계에 의도적인 왜곡이 없다고 확증할 수는 없지만, 주로 후자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의 의도적 왜곡 문제는 중국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우리의 통계에 대하여도 제기된다. 최근 국내의 모 신문에서 우리 정부가 선거와 관련하여 코로나 19에 대한 검사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주장은 확정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니라 논리적 가능성이나 개연성에 기초한 것일 뿐이다. 중국의 통계에 대하여도 왜곡의 논리적 가능성이 존재할 지라도, 의도적 왜곡을 확증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대약진운동을 통하여 왜곡된 통계의 참혹한 결과를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경험한 중국이지 않는가?


그렇지만 중국의 통계는 오류를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규모와 체계에 의하여 통계 작성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 작성 과정에서 누락 가능성도 있고, 보고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뿐만 아니라 하급 정부에서 상급 정부로의 보고 과정에서 심지어는 의도적인 왜곡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통계가 우리 통계보다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아마도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중국이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류 가능성과 왜곡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중국의 코로나 19와 관련된 통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오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중 대립 구조에서 나온 미국의 중국 통계 왜곡에 대한 주장을 제외한다면, 중국의 통계 왜곡에 대한 근거는 ‘빨갱이’를 믿을 수 없다는 냉전적 주장과 중국은 믿을 수 없다는 황화론(黃禍論)적 주장뿐이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교역국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한중관계는 20세기의 냉전을 건너고, 19세기의 황화론을 뛰어넘어 형성된 우리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불가결한 전제이다. 오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위하여 필수적이지만, 그것을 ‘의도적 왜곡’이라고 한다면 다른 문제가 된다. 상호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불가결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중국의 코로나 19 통계에 대한 불신이 우리의 반중정서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코로나 19와 관련된 통계가 절대 다수의 중국 사람들의 사회 경제 생활을 2달 이상 전면적으로 마비시킨 고통과 희생의 결과라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 19에 대한 중국의 통계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중국 사람들의 인내력의 원천에 대하여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