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들이 자가격리자의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안심숙소’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족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파 사례가 잇따르자 자치구가 숙박업소와 업무 제휴를 맺고, 할인된 가격에 투숙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장점이 있지만 고급호텔에만 집중된 점은 ‘옥에 티’다. 여전히 높은 이용료는 선뜻 집을 나서려는 가족들의 발목을 잡는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안심숙소를 운영하는 자치구는 16개로 모두 43곳를 운영하고 있다. 안심숙소는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 중 가족 간의 감염을 막기 위해 해외입국자는 집에서 격리조치하고, 그 가족만 자치구와 계약을 맺은 호텔에 머물 수 있도록 조치한 제도다. 자가격리자 가족을 입증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 등과 함께 항공권·여권 사본과 같은 해외 입국 관련 서류를 지참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대 80% 할인가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 자가격리 의무 기간인 14일 동안만 할인된다.
하지만 안심숙소가 가격까지 ‘안심’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 자치구의 경우 고급호텔에만 집중돼 있어 할인된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도 화성시처럼 호텔 뿐만 아니라 저렴한 모텔급 안심숙소를 마련한 곳도 있다.
송파구는 석촌동과 방이동에 있는 호텔 2곳과 안심숙소 계약을 맺었다. 정상 요금의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고 있지만, 2인 기준 하룻밤 비용은 5~8만원 대다. 최저가인 5만원으로 2주간 머물더라도 최소 70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강남구가 제휴 맺은 호텔 2곳은 각각 4, 5성급이다. 취사가 가능한 가족호텔 2곳 가운데 1곳은 하룻밤 비용이 12만6000원이다. 2주 머물면 최소 176만원에 세금, 봉사료 등 기타 요금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자가격리자가 집을 떠나는 대체 방안도 있다. 하지만 안심숙소와 별다른 가격 차이는 없다. 서울시는 강북구의 수유영어마을과 서초구의 인재개발원을 자가격리 대상자를 위한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고시원이나 공동기숙사 등 격리가 힘든 곳에 지내거나, 가족 중에 기저질환자나 고령자가 있으면 해당 구 보건소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식사도 제공된다. 10일 기준 34명(해외입국 내국인 33명, 외국인 1명)이 시설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 하루 이용 요금은 10만원이다. 안심숙소는 가족 구성원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식사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시설이나 안심숙소나 금액 차이는 없는 셈”이라며 “여건에 따라 가족 구성원이나 자가격리자 중 누가 다른 장소에 지낼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자치구에선 가격 선정에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낙인’이 가장 큰 문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가격리자가 아닌 그 가족들이 머무는데도 나중에 안 좋은 이미지로 비춰질까봐 소규모 숙박업소들은 계약에 잘 나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은 호텔과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에만 계약을 맺고 있는 구조라, 구 차원에서 따로 가족들을 위해 지원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 수요가 더 많아진다면 안심숙소 선택 범위를 더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