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역 모범국’ 칭찬에 배아팠나…中, 인근 해역서 무력시위

입력 2020-04-14 18:50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떠오르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무력 시위를 전개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14일 연합보와 중앙통신사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미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RC-135W(리벳 조인트)와 해상초계기 P-3C가 잇따라 대만 남부 공역을 비행했다.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잇단 무력시위에 대만과 미국도 경고성 군사훈련으로 대응한 것이다.

앞서 이달초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호위함 5척은 동중국해에서 항행 훈련을 벌였다. 이어 11일에는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의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했고 이튿날에는 대만 동부 외해에서 남쪽으로 항행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대만의 음식점 풍경. EPA연합뉴스

이같은 중국의 군사적 시위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은 대만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미국 일간 월스트리저널(WSJ)의 분석이다.

대만 정부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대만 인구 약 2400만명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14일(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으로 393명에 불과하다. 이런 방역 성과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위상이 치솟았다.

영국 노팅엄대의 조너선 설리번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대만에 갑자기 관심이 쏠리고, 대만이 지지와 존중을 받는 상황이 중국으로선 불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만에서는 독립 여론도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안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대륙위원회가 대만 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의뢰해 최근 108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대만이 현 상태를 유지하되 궁극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6.7%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 중 최고치이다. 중국에 즉시 독립을 선언하자는 응답자도 9.3%에 달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