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피해자 암시 명단 공개한 송파구청… 2차가해 논란

입력 2020-04-14 18:34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공익요원 최모씨. 연합뉴스/ 오른쪽 사진은 위례동주민센터 홈페이지 캡처

서울 송파구청이 ‘n번방’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은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14일 송파구청은 구청 홈페이지 내 위례동 주민센터 게시판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명단 공고’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첨부한 문서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시민 189명의 명단이다.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한 189명의 명단이다. 피해자들의 이름 앞 두글자와 생년, 소재지, 성별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과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에 따르면, 유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피해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 경우 서면·전자우편·전화·문자 등을 통해 개별 통지를 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홈페이지에 해당 사항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개별 통지를 하는 대신 홈페이지에 정보를 게시한 이유에 대해 구청 측은 “연락처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에서 피해자의 개인 연락처를 알기 위해서는 주민번호 전체와 이름이 필요한데, 센터에서 파악할 수 있는 피해자 정보는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조주빈의 ‘박사방’ 일당 중 한 명인 사회복무요원 최모(26)씨가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며 여자 연예인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조주빈에게 넘겼다는 점이다. 때문에 주민센터에서 공개한 명단을 통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씨는 지난해 3~6월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며 17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핸드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로 이달 3일 구속됐다. 최씨는 특히 유명 걸그룹 멤버 A씨와 B씨, 걸그룹 출신 배우 C씨 등의 개인정보를 조회했고, 그 과정에서 이들과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 200여명의 개인정보도 함께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