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쉴 때 죽을듯 괴로워도 안돼” 日의사 코로나검사 지침 폭로

입력 2020-04-14 18:2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도착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세가 심각하지 않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주간아사히는 14일 ‘담당의 외래진단 수순(초진의 경우)’이라는 제목의 도쿄도 의사회 문서를 보도했다. 해당 문서는 도쿄도 의사회로부터 문서를 받은 한 의사가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작성된 문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PCR)를 하는 기준을 순서도로 제시하고 있다.

문서를 제보한 의사는 “이것은 도쿄도 의사회가 도내 의사들에게 배포한 문서”라며 “순서도는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받는 대상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서에 따르면 순서도 서두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홈페이지에서도 공개한 ‘발열 37.5℃ 이상’ ‘권태감’ 등의 기준이 제시돼 있다. ‘호흡 곤란’ ‘과다 호흡’ ‘청진시 거품소리’ 등 폐렴 의심 증상이 있으면 혈액 검사와 흉부 X선 검사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문서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발열 37.5℃ 이상’ ‘동맥혈 산소포화도(SPO2) 93% 이하’ ‘폐렴 증상’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발열이 37.5℃ 이상이고 폐렴 증상이 있어도 산소포화도가 93% 이하가 아니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주간아사히 코로나19 검사 보도. 연합뉴스

해당 의사는 산소포화도 93% 기준에 대해 “우리는 통상 98% 정도의 산소포화도로 살아가고 있다”며 “93%는 ‘쌕쌕’ ‘하하’ 소리를 내며 죽을 정도로 괴로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엄격한 코로나19 검사 기준을 일선 의사들에게는 제시하면서 일반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주간아사히도 “이 기준에 따르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까지 증상이 악화하지 않으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며 “‘가능하면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마라’는 후생성의 방침에 보건소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생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15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도쿄도에선 566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 중 208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무려 37%의 확진율을 보였다.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