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다음달 3일까지 국가봉쇄령을 연장한 가운데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빈곤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봉쇄령으로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당장의 배고픔이 더 큰 고통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을 연장한 14일 NDTV는 트위터에 6초짜리 영상 한 개를 올렸다. 인도 북부 아그라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길거리에 쏟아진 우유를 두 손으로 항아리에 모아 담는 영상이었다. 남성의 옆에서는 허겁지겁 우유를 먹는 개 네 마리의 모습도 포착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NDTV에 따르면 영상 속 장면은 우유를 실은 거대한 통이 도로에서 뒤집히면서 벌어진 일이다. 영상은 최근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이미 가난한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인간과 동물이 우유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애초부터 극심한 빈곤율로 악명이 높은 인도는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인도 정부는 지원금과 음식을 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발표했지만, NDTV가 최근 인터뷰한 이들은 지금껏 정부로부터 받은 것이 아예 없거나 받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발령된 봉쇄령에도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수천 명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인도의 빈곤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디 총리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봉쇄령을 내린 지 닷새 만인 지난달 29일 “비필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생긴 고충에 대해 죄송하다. 당신의 삶,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가혹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사과한다. 당신들 중 몇몇은 나에게 화를 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인도 전역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모디 총리는 “코로나19와 싸우는 가운데 보호대를 제거할 수는 없다. 우리는 경제적인 면에서 큰 비용을 치렀지만, 국민의 생명이 훨씬 더 소중하다”며 봉쇄령을 추가로 연장했다. 기존 봉쇄령은 14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인도의 서글픈 현실에 세계 석학의 비판도 이어졌다. 스티브 한케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국가봉쇄령이 인도 빈곤층을 더욱 굶주리게 하고 있다. 모디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은 잔인하고 냉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존스홉긴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만541명이다. 이 가운데 358명이 목숨을 잃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