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통정허위표시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제3자의 범위에 대한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최근 나왔다(2019다280375).
대법원은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기하여 허위 가등기가 설정된 후 그 원인이 된 통정허위표시가 철회되었으나 ,그 외관인 허위 가등기가 제거 되지 않고 잔존하는 동안에 가등기 명의인이 임의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마친 다음 다시 위 본등기를 토대로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사안에서 원고는 민법 제108조 제2항 소정의 제3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통정허위표시란 표의자가 상대방과 통정하여 행한 진의 아닌 허위의 의사표시다. 예를 들면 채권자의 압류를 면하기 위해 타인과 통정하여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타인에게 이전한 경우 그 매매는 허위표시에 속한다. 민법에서 통정허위표시는 원칙적으로 무효다(민법 제108조 1항). 그러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해서는 허위표시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게 하고 있다(제108조 2항).
사례를 풀어보면 이렇다. A는 미국으로 이민 가게 되자 부동산 관리를 위하여 B에게 매매예약에 기한 소유권이전 가등기를 해줬다. B는 A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음을 이용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해 공시송달로 그 판결이 확정됐다. 이를 알게 된 A가 항소를 하였고, 위 가등기는 통정허위에 기한 것이라는 이유로 무효 취지의 청구기각 판결이 났다.
그런데 B는 이전에 발급받은 공시송달 판결 증명원 등을 가지고 임의로 자신의 명의로 본등기를 마쳤다. 이어 B의 남편 C는 재산분할을 이유로 그 본등기의 지분 일부에 대해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C는 지분을 원고에게 양도했다.
대법원은 허위표시에서 제3자의 범위는 권리관계에 기초하여 형식적인 것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허위표시 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게를 맺었는지 여부에 따라 실질적으로 파약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B의 본등기는 무효가 된 판결에 기한 것으로 원인무효이므로 그 본등기로부터 원고에게 이어진 소유권이전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또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외관은 가등기가 아니라 본등기일 뿐이라는 점에서도 허위 가등기 자체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