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태양절 직전 계산된 도발…‘순항미사일’로 해군 노린다

입력 2020-04-14 17:37
북한이 4·15 총선과 김일성 주석의 생일 전날인 14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남측의 총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있어 보이지만, 미사일 기술 개발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꾀하는 내부적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에 쏜 것은 순항미사일이다. 3년 만에 시험 발사가 이뤄졌다. 탄도미사일 외에 순항미사일까지 북한의 ‘도발 리스트’에 더해진 것이어서 우려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쏜 순항미사일은 지상에서 바다 위의 함정을 공격하는 지대함 미사일이다. 군 당국은 발사가 오전 7시부터 40여 분간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발사 거리는 150㎞ 이상, 고도는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은 2017년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적이 있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2017년 발사된 것과 동일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전배치된 순항미사일을 3년 만에 재차 시험 발사했다는 판단이다. 3년 전 미사일은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북동 방향으로 거리 약 200㎞, 고도 약 2㎞로 발사됐다.

미사일 도발은 올들어 5번째다. 4번째까지는 모두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 북한의 새로운 순항미사일 시험은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 미사일은 고도가 낮아 레이더로 포착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북한 순항미사일은 공중에서 선회비행하는 특성이 있다. 장애물 뒤편에 숨어있는 목표물도 명중 가능하다는 얘기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함께 수호이, 미그기 계열 전투기도 출격시켰다. 수호이 계열 전투기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공대지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북한은 서해 상공에 영공 방어를 위한 전투기를 띄우며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예의 주시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의 전투기 출격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수도 평양에서 멀지 않은 서부 지역으로 알려진 비행장에서 전투기들이 이륙하고 있다.2020.4.12. 연합뉴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사일 기술은 확장성이 크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계속 탄도미사일 시험을 했고 여기서 얻은 기술을 순항미사일, 중장거리 미사일 등에 적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대함 순항미사일의 시험 발사와 실전 배치는 ‘반접근·지역거부’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도 했다. 반접근·지역거부는 긴 사거리의 지대함미사일 등을 배치해 해상 전력의 접근을 차단하는 전략이다. 한·미동맹의 항공모함, 이지스구축함 등이 대상이다. 서해 태안반도 인근,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초계 활동을 하는 해군 함정도 목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를 남측의 정치일정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보다는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하루 앞두고 내부 결속을 목표로 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총선에 영향을 주려고 했으면 더 큰 도발을 했을 것”이라며 “훈련 및 태양절 등 대내적인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