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텅 비었는데…우유 수천만ℓ, 계란 수십만개 버려진다

입력 2020-04-14 17:35
USA투데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식품 수급이 변화하면서 우유, 계란 등 신선식품들이 생산과 동시에 대량 폐기되고 있다고 영국 BBC뉴스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식당·카페 등의 영업 제한 조치로 식자재 수요가 급감한 것이 주 원인으로, 신선식품의 생산자들은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아 멀쩡한 음식재료들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최대 낙농업협동조합인 데어리 파머스 오브 아메리카(DFA)는 하루 우유 폐기량이 1400만ℓ에 달한다고 알렸다. 미 전역의 커피숍이 문을 닫자 우유 수요가 줄어들어 남는 원유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영국 낙농업자들도 남아도는 우유 처분을 도와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영국 낙농업자협회(RABDF)는 초과 생산분이 일주일에 500만ℓ라고 밝혔다. 피터 앨비스 협회장은 낙농업 농가들이 초과 생산된 분량을 헐값에 팔거나 내다 버리는 실정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우유 외에 다른 농작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부 생산자들은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으나 생산량을 처리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 닭 가공업체는 매주 75만개의 계란을 폐기한다. 양파를 재배하는 어느 농가는 저장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아예 수확을 중단하고 밭을 방치했다.

술집 점주들도 운영이 제한돼 들여놓은 술을 모두 쏟아버려야 하는 처지다. 영국의 술집 주인들은 봉쇄가 올여름까지 지속할 경우 에일, 라거 등 맥주 284억ℓ가량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노위치의 한 펍 주인은 쟁여둔 맥주를 최적 상태로 보존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 남짓이라며 “이미 2주나 저 상태로 놔뒀으니 상했다”고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모든 식자재가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 외출제한령이 내려진 지역에서는 집에서 직접 빵을 굽는 사람들이 늘면서 밀가루 소비가 크게 늘었다.

또한 그동안 감소 추세였던 오렌지 주스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8% 증가하면서 오렌지 주스 선물가격도 최근 몇주새 급등했다. 오렌지 주스 수요의 증가는 코로나19로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