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진행되는 선거에서 전국 1만4330개의 투표소에선 정기적으로 소독 작업이 진행된다. 투표소 입구에선 전담인력이 시민들의 체온을 재고, 발열 증세가 있는 사람은 별도의 투표소로 안내될 것이다. 투표하는 사람들에게는 손소독제와 비닐장갑이 제공되고,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사람들 사이의 간격은 1m를 유지하도록 한다. 자가격리자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투표하도록 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과 섞이지 않도록 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 등 외신들은 13일(현지시간) 팬데믹 속에서도 예정대로 치러지는 한국 총선을 주의깊게 들여다봤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선거를 미루는 가운데 한국이 전국단위로는 처음 선거를 치르기 때문이다.
타임은 “한국 총선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면서 “한국이 이번 선거를 감염의 추가 확산 없이 성공적으로 마치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이 선거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매체는 “수십년의 군사독재를 겪은 한국은 1988년이 돼서야 자유롭고 공정한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타임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두고 논쟁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대통령이 선거를 미룬다면 과거 독재자들이 하던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출신 한국 전문가 민타로 오바는 “한국인들이 가능한 한 선거를 진행하려고 하는 것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면서 “한국인들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참정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들은 참정권을 얼마나 쉽게 빼앗길 수 있는지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이 예정대로 총선을 치르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위기 대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민주당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가디언은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은 보통 방어적 위치에 있게 된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여당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프랑스, 스리랑카, 뉴질랜드 등 최소 47개국이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한 가운데 한국이 총선을 치른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선거를 치르든 미루든 대중의 건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위험이 따르게 된다”고 전했다.
토비 제임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정치행정학 교수는 “우리는 선거를 연기하는 것이 반(反)민주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시기에 선거를 실시하는 것도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모든 이슈들이 묻혀버리는 탓이다. 매체는 “그럼에도 선거는 유권자의 신뢰를 지키고 입법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