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탓에 중단된 경제활동을 언제 재개할지를 놓고 각국 정부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은 경제 정상화 준비에 속도를 내는 반면 프랑스와 영국, 인도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시행 중인 봉쇄 조치를 연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곧 경제활동 재개 지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개 시점이 다음 달 1일 이전이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지침과 권고를 꽤 빨리, 며칠 내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큰 뉴욕과 뉴저지 등 동·서부 9개주 주지사들은 이날 지역경제 재개를 논의할 워킹그룹을 꾸렸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재택근무, 자택 대피령, 휴교, 대중시설 영업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60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2만3000명이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활동 재개 여부와 시점을 결정하는 건 주지사가 아닌 ‘대통령의 권한’이라면서 “미국 대통령 권한은 총체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경제 재개 논의 과정에서 주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왕이 없다. 선출된 대통령이 있을 뿐”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반면 프랑스는 전국 이동제한령을 다음 달 11일까지 연장했다. 지난달 17일 발령된 이동제한 조치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현재의 조치들을 계속해야 하며 이동제한을 잘 지킬수록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휴교 상태인 학교와 보육 시설도 다음 달 11일 이후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방침이다.
영국도 현재 시행 중인 봉쇄 조치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업무 대행을 맡고 있는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우리는 아직 바이러스의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며 “현재 적용되고 있는 조치들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슈퍼마켓과 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시킨 상태다.
봉쇄 조치 연장을 결정한 프랑스와 영국 모두 코로나19 신규 환자 및 사망자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확실한 감소세로 돌아서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준 프랑스는 1만4900명, 영국은 1만10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인구 대국’ 인도도 원래 14일 종료 예정이던 국가봉쇄령을 다음 달 3일까지 연장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TV연설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가운데 보호대를 제거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경제적인 면에서 큰 비용을 치렀지만 국민의 생명이 훨씬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학교와 교통 및 산업시설을 모두 폐쇄했고 주민 외출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편 이날부터 경제활동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한 스페인에서는 제조업, 건설업 등 비필수업종 근로자들이 2주 만에 출근했다.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마드리드의 지하철역에 경찰관들이 배치돼 마스크를 나눠줬고, 보안요원들은 사람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안내했다. 출근이 재개되긴 했지만 평소 같았으면 붐볐을 지하철은 여전히 텅 빈 채 운행됐다고 한다. 시민들도 “왜 지금 출근을 재개했는지 알 수 없다”며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