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폭풍, 4~6월 소매유통업계 ‘꽁꽁’

입력 2020-04-14 17: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하면서 봄 시즌(4~6월) 소매유통업계가 사상 최악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4일 부산에 있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소매유통업체 149곳을 대상으로 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2분기 부산지역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50’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수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66’보다도 낮은 수치다.

RBSI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경기 부진을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지역 소매유통업의 경기지수가 이처럼 최악의 수준을 보인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확산을 우려해 외출 활동이 자제되면서 대면에 기반을 둔 소비가 전례 없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산상의는 분석했다. 특히 2분기는 봄 시즌 각종 특수가 맞물려 있는 데다 여름 특수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하는 중요한 시기라 지역 소매유통업계의 우려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업태별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망지수가 각각 ‘33’ ‘43’으로 부진했다. 꼭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들르는 슈퍼마켓(66)이나 편의점(49)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형집객시설에 대한 기피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소비심리 위축’이 55.7%로 가장 높은 응답 비중을 보였다. 뒤를 이어 비용상승(25.5%) 경쟁 심화(16.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정부 대책 마련과 빠른 집행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다른 손님들과 대면하지 않고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언택트(untact) 소비’가 늘면서 일부 건강 가전제품과 가정식 대체 식품(HMR, Home Meal Replacement) 매출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사대상 업체 중 상당수가 2분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55.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오프라인 업체에 집중된 규제를 이번 기회에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 안에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소매유통업은 단기고용이 많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면, 불황 장기화는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유지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소비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